새전북신문

지난해 생보자 1만여 명 수급권 박탈

[뉴스초점] 사회복지망 구멍 여전하다

기사 작성: 정성학 기자 - 2014.03.16 21:44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박탈당하는 도민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한 해만도 1만명을 넘기면서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의 신청자도 꼬리 물었다. 더욱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빈곤층은 지원을 중단하고, 반대로 행방 불명자에게는 지원하는 등의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원망보단 죄송하다며 조용히 세상을 등진 이른바 ‘세 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도내 실태를 들여다봤다.

△수급권 무더기 박탈= 전북도에 따르면 한 때 11만 명대에 달했던 도내 기초생보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9만 명으로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겠다며 2010년 도입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이 가동된 이래 도드라졌다.

실제로 작년 한 해만도 도민 1만1,421명이 수급권을 박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새로 수급권을 받은 도민(6,045명)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많았다. 덩달아 부당함을 주장하는 민원도 쏟아졌다. 주로 행복e음에 의지한 탁상행정으로 인한 부실심사나 담당 공무원들의 관련법 미숙지 등이 도마에 올랐다.

△부실심사 피해 속출= 실제로 독거노인인 김모씨(65·전주)는 최근 한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전주시에 항의끝에 무려 613만 원대에 달하는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4년치를 되찾았다. 파킨슨병 환자임에도 수년간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오인한 결과였다.

1급 시각장애인인 아내와 중고등학생 3명을 키우는 오모씨(50·전주) 또한 최근 1년치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166만 원을 소급해 받았다. 퇴직연금을 받는다는 등이 그 이유였지만, 이는 특례조항을 잘못 인용한 사례로 드러났다.

또다른 독거노인 이모씨(63·군산)는 최근 수급권 자체를 박탈당했다가 회복했다.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자활사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추정소득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씨는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제대로된 설명을 듣지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사 요구도 꼬리=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0여년째 만성합병증으로 투병중인 최모씨(70·전주), 이런 그를 홀로 돌봐온 아들 최모군(27·대학원생) 부자가 그런 사례다. 두 부자는 지난해 나란히 수급권이 박탈됐다. 최군이 장학금만으론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를 벌 요량으로 월 100만원 남짓한 계약직 일을 시작한 게 주된 이유다.

최군은 “아버지를 부양할 능력도, 홀로 살아갈 경제력도 안 된다고 인정돼 군대까지 면제받았는데 이제와서 생활보장비는 못 주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까지 문제삼은 것은 더 참기 힘들다”고 울분했다. 현재 그는 이같은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직장 동료들이 십시일반 돕고 있다.

△행불자도 받는 급여= 반대로 부정 수급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사례도 많았다. 대부분 행복e음 시스템만 믿다가, 또는 부실한 현장검증 끝에 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례는 전주와 익산, 김제와 남원 등 도내서만도 10건이 나왔다.

감사원이 최근 문제의 행복e음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특정감사한 결과다. 이중 남원에선 행방불명자에게 무려 40개월간 복지급여를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빈곤층 구제를 돕고있는 전주 평화주민사랑방 문대성 대표는 이를 싸잡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행복e음 시스템 자체가 저소득층 발굴이 아닌 탈락자 선별에 초점이 맞췄다”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저소득층 상담부터 고충해결까지 일괄 지원할 가칭 ‘주민권익옹호센터’를 설립하자”고 지자체에 제안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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