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름다운 옛 이야기 간직 보광사의 깊고 그윽한 길

[완산의 또 다른 신비, 완산 32경] (19)보광유경(普光幽徑)

기사 작성: 정복규 수석 논설위원 - 2013.09.25 16:22

(19)보광유경(普光幽徑)

보광유경(普光幽徑)은‘보광사의 깊고 그윽한 길’을 말한다. 유경(幽徑)은 그윽할 유(幽), 지름길 경(徑)으로‘깊고 그윽한 길’이라는 의미다. 보광사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에 있으며 백제 무왕 때 창건됐다. 공수내 상류계곡인 구화천(남고천)은 해발 338m 아래 옛 완산부성 변방 깊은 곳에 있다. 이 계곡 안에 옛 백제무왕 재임 시절 때부터 크게 번성하였던 명사찰 보광사(普光寺) 절터가 있다.

<보광경전심(普光徑轉深) 비조역난림(飛鳥亦難臨)- 보광재 깊고 그윽한 길은 멧새도 날아 오르기 가뿌다네>

공수내(천)를 따라 올라가면 공수내 다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장승백이를 거쳐 꽃밭정이∼문정리∼석구동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직선으로는 물길을 따라 평촌이나 신덕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흑석골∼두무소∼보광재로 연결된다. 흑석골은 노루도 살았을 만큼 심산유곡이었다. 이곳에는 흑석골에는 삼국·고려시대 때 번성했던 흑석사 터가 남아있다. 흑석사는 과거 고덕산의 큰 사찰들이었던 경복사·보광사·사대사와 더불어 잘 알려진 사찰중 하나이다. 흑석골은 완주 구이면 평촌과 전주를 오가던 민초들의 발길이 이어져 오던 보광유경의 넓은 옛길 이었다.

보광재 길을 따라 오르면 층층나무와 오리나무 등이 있고 애기나리 군락지가 감탄을 자아낸다. 마을을 벗어나면 신선들이 목욕한 선경이 나오고 폭포도 있다. 조금 오르면 두무소가 나오는데 이곳은 명나라 이여송 막료 중에 천문지리에 해박한 두사청(杜思廳)이 춤을 추었다는 곳이다.

두사청의 두(杜) 자와 춤출무(舞) 자를 써서 두무소(杜舞所)라 이름 지었던 것이다. 지금도 두무소 협곡에 이르면 가족과 자신의 안녕을 비는 기도처가 여기저기 있다. 두무소에서 보광재를 가다보면 사지나 마을로 추정되는 돌담이 있으며, 조금 오르면 보부상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옹달샘이 있다. 옹달샘에서 기운을 차리고 단숨에 오르면 애환이 서려있는 보광재에 도착한다.

예로부터 구이 평촌에서 전주로 넘어가는 고개(峙)를 보광재라 했다. 이는 명사찰 보광사(普光寺)에서 유래가 되었기에 불려진 이름이다. 구이 평촌 아래에 있는 마을을 상보(上普) 또는 상척(上尺), 하보(下普) 또는 하척(下尺)이라 한다. 척(尺) 자는 말 그대로 자를 뜻하고 이는 곧 긴 성(城)을 말한다. 절을 둘러 주었던 성이란 뜻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곳 보광사가 있었던 보광재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재 아래 마을 이름도 성을 뜻하는 지명으로 쓰였던 것 같다.

보광사는 고덕산에 있으며 백제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가람으로 통일신라시대 때에는 전국 10대 사찰 중 하나였다. 보광사는 남고사 못지않게 큰 사찰이었다. 보광사의 복원은 숙제로 남아 있다. 보광사 절터의 아름다운 옛 이야기를 따라 해발 280M 보광재 정상에 이르면 당산나무인 느티나무 2그루가 있다.

보광사는 고려 때인 1337~1347년에 전주 출신으로 당시 중국 원의 자정사(資政使)이던 고룡봉(高龍鳳)의 후원으로 크게 중창된 사실이 고려 말 이곡(李穀)의 글에 적혀 있다고 기록됐다. 보광사는 백제무왕 재임 시절에 번성했다. 보광사가 창건될 당시인 백제 무왕 재임 시절에 이곳 흑석골, 남고산성 일원, 그리고 보광재는 산세와 물이 좋아서인지 보광사란 절 이외에도 사대사(四大寺)와 흑석사(黑石寺)란 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태고보우(太古普愚) 스님(1301-1382)은 고려 말의 고승이다. 성은 홍씨, 법명은 보허(普虛), 호는 태고(太古)이다. 홍주(洪州) 출신으로 고려 말 신돈의 횡포가 심해지자 왕사의 인장을 반납하고 전주 보광사(普光寺)에 와서 머물렀다.

보광사(普光寺)는 백제무왕 재임 시절부터 남고사 등과 함께 고덕산 3대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광사는 절이 있었다는 지명 유래나 역사만 기록이 되었을 뿐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반면 남고사는 절을 다시 짓고 중건을 거듭하여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보광재 계곡은 옛 문헌에는 남고천(南固川)이라 했다. 지금은 구화천이란 명칭이다. 지금의 전주 남부시장(초록바위)쪽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명소로는 두무소, 용천대 폭포와 담. 소가 있다. 흑석골은 완주 구이사람들이 남고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으레 거쳐야 했던 곳이다. 매봉재(해발399M)봉 정상을 거쳐 산성골로 진입을 하기 때문이다. 중간에는 벼락소 폭포가 있다. 그래서 1년 내내 가뭄이 들어도 흑석골 계곡의 맑은 물은 마르지를 않았다. 벼락소·면경소·용천소를 굽이쳐 공수내 다리로 이어지던 물줄기는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전주한지의 명성과 문화를 만들어 냈다.

흑석골 계곡은 옛 전주한지를 만들고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초창기 전주한지를 만드는 물의 원료를 이곳 물로 끌어다가 썼다. 그 전에는 이 동네에 한지를 주 생활양식으로 살아가던 집들이 많았다. 흑석골은 공수내 다리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마을이다. 바위가 반절, 흙이 반절이라 해서 반석리(半石里)라 부르기도 했다. 흑석골은 일 년 내내 맑은 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 전주의 특산물인 한지를 생산, 일명 한지골이라 했다. 한지로 유명한 흑석동에는 현재의 흑석동 버스정류장 옆 느티나무 주변을 위시해서 물길을 따라 몇 군데 종이공장이 있었다. 중국의 값싼 화선지에 밀려 갈수록 설자리가 줄어들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이물질 없는 맑은 물과 질 좋은 닥나무, 접착제인 황촉규의 완벽한 배합이 그 자존심의 비법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전주한지는 오폐수 문제로 대부분 문을 닫거나, 오폐수 처리시설을 조성해 둔 팔복동으로 이전해야 했다.

공수내가 자리한 서학동 주변은 학과 관련된 황학대·백학루·학산 등이 위치하고 있어 옛부터 풍광이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났다. 봄이면 곤지산 초록바위가 이팝나무 군락의 새하얀 꽃에 흐드러진다. 여름이면 흑석골 깊은 골짜기를 따라 보광재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남풍과 청아한 계곡물, 가재와 피라미가 살았던 곳이다. 공수천 계곡 상류 흑석골과 구화천(옛 남고천) 상류 보광재 계곡을 살리자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보광사의 역사와 전통적인 문화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래방장은 고구려의 승려 보덕대사(普德大師)가 고구려 반룡산(盤龍山)에서 백제 땅인 고달산 중턱에 옮겨놓은 집이다. 보덕은 일찍이 고구려 반룡산 연복사(延福寺)에 있을 때 고구려가 도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업신여겨 오래지 않아 망할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안전한 거처를 찾던 중 제자 명덕(明德)의 의견에 따라 667년(고구려 보장왕 26년) 이곳 고달산에 옮겼다. 반룡산에서 천리(당시의 거리 계산)였다. 또한 제자 명덕을 따라오게 하여 비래암 동쪽 골짜기에 가서 주방자를 땅에 꽂으니 삼대 같은 물이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고려 때 이규보가 전주목사록 겸 장서기로 여기에 와 있을 때(1199-1200) 지은‘남행일월기(南行日月記)’에 소상히 실려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평촌에서 전주로 넘어가는 재의 이름이 보광재인데 보광사(普光寺)에서 유래됐다. 평촌 아래 마을을 상척(上尺), 하척(下尺)이라 하는데, 척(尺) 자는 자(잣)로서 성(城)을 뜻한다. 절을 둘러 주었던 성이란 뜻이다.

완주군지(完州郡誌)에는‘경복사(景福寺)가 고달산에 있고, 고구려 보덕화상이 백제 말에 열반종의 근본도량으로 삼았으며, 절 안 비래방장(飛來方丈=당(堂))에 보덕화상의 화상(畵像)이 봉안돼 있고, 고려시대에는 대각국사 의천이 이곳에 와서 보덕화상의 행장과 비래방장에 관하여 자세히 기록했으며, 지금의 구이면 평촌리에 그 터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보광사는 고덕산에 있으며, 백제시대로부터 대가람으로서 신라시대에는 10대 사찰 중 하나였고, 1337~1347년에 전주 출신으로 당시 중국 원의 자정사(資政使)이던 고룡봉(高龍鳳)의 후원으로 크게 중창된 사실이 고려 말 이곡(李穀)의 글에 적혀 있다‘고 기록됐다.

/정복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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