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해창포구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해창포구 새만금 내측 바닷가. 새만금 내측 갯벌에서 아낙네들의 수런거림이 들려온다. 아낙네들은 물길을 따라가며 바지락을 캔다. 갯바닥을 호미로 긁으면 아낙의 수다처럼 바지락은 자꾸만 쏟아져 나온다. 구부정한 허리, 어정쩡하게 굽힌 다리가 힘겨워 보이는데도 아랑곳 않고 손놀림은 바쁘기만 하다.

캐낸 바지락을 어망에 담아 바닷물에 몇 번 헹궈내어 고무대야에 담는다. 쌓여가는 바지락의 수확에 기분이 좋은지 아낙네들은 노래를 흥얼거린다. 고무대야에는 바지락이 그득하다.

바지락을 실어 나르기 위해 한 어부가 배를 기다란 장대로 밀며 물길을 힘껏 거슬러 오른다. 바지락이 넘쳐날수록 아낙네들의 말수는 줄어든다. 고단함이 바지락의 무게만큼이나 쌓인 모양이다.

대나무에 묶인 줄을 풀어 당기자 바지락이 가득 담긴 고무대야가 바다 위를 둥둥 떠간다. 어부는 아낙네들이 캐어낸 바지락을 배위에 옮겨 싣는다. 새만금공사로 바다가 매립되면서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부안 해창은 한때 바지락 주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부안군 해창은 하서면 백련리를 벗어나 변산으로 접어드는 주요 길목인 해창대교와 함께 새만금 방조제 현장이 훤히 내다 보이는 작은 포구였다.

해창 포구 인근에는 작은 어촌 마을이 있었으나 해창석산 개발과 함께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면서부터 흔적조차도 사라지고 없다.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 예전의 황금어장이었던 해창포구는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길목이었지만 이제 포구는 새만금공사로 매립터의 길목일 뿐 더이상 생명현상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물질하던 썩은 그물들과 접안시설인 방파제가 무너져 내리고 선박이 이동할 수 있는 물길조차도 메말라 바다생물은 물론 인간에게까지 치명적인 위협을 주고 있는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다. 또 해수 유통이 막힌 폐쇄 해역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 되풀이되는 적조현상과 무산소 물덩어리의 실태속에 ‘바다의 난지도’가 되어버린 포구가 생명이 한순간에 몰살됐다.

그곳에서 생을 이어가는 갈매기의 날갯짓 조차 힘겹고 포구를 잃은 통통배의 모습이 석연해지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새만금 내측 해안 물길을 찾아 따라 서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새만금방조제 앞에서는 본격적인 매립공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매립공사로 해수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어민들의 민심도 반기를 들을 판인데 매립토를 운반하는 대형 덤프트럭들의 질주로 뿌연 흙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인근 마을과 농작물까지 피해를 주고 있었다.

새만금방조제 관광을 위해 이곳을 거쳐 지나야만 되는 외지 차량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다. 비산먼지를 유발시키고 있는 문제의 민원현장은 전북개발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새만금관광단지 매립공사 현장. 주민들의 민원이 게세게 제기되고 있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불등 포구

하서면 소재지 언독리를 지나 동북부 구릉지를 따라 20여분쯤 더 달리면 장신, 평지를 지나 왼편 마을어귀에 불등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포구 입구엔 수를 셀 수 없는 빈 집들과 폐허가 된 횅한 상가들을 지나자 바다속 육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포구라기 보다는 자동차도 경주할 수 있게 드러난 드넓은 광야가 펼쳐졌다.

이미 포구의 이름을 상실해 버린지도 오랜 듯, 바닷물이 말라버린 채 갯뻘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닻을 내리고 단단한 갯벌위에 노출된 어선 8여척은 바닷길을 잃고 선창없는 마른 바다위에 널브러져 있어고 포구주변은 갯내는 없고 썩은 악취만 진동하고 있었다.

때마침 중년으로 보여지는 3명이 말라버린 광활한 갯벌위에서 악취를 잡기위해서 인듯 수많은 어패류의 빈 껍질을 찾아 약품을 뿌리고 있었다.

어업의 터전을 잃은 마을어민들은 생계를 위해 마을주변 소경작지에서 벼농사 준비와 오디나무를 손질이 한창이었다.

진 생선들로 인해 갯내가 진동하고 출어준비를 서두르는 뱃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던 그 예전 어부들과 불등포구는 서해의 뭍속에 묻혀져가고 있었다.

/부안(해창·불등)=글·사진 백용규 기자 byg2327@sjbnews.com

장원기 하서면 장신리 불등 이장

“새만금 어민 보상의 현실은 지금 이곳을 떠난 외지인들이다. 우리같은 영세민들은 당시 맨손어업 보상금으로 작게는 500만원에서 900만원 안팎이었다. 이것이 어떻게 현실적인 보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해수유통 또한 억측입니다. 새만금내부공사를 위해 바닷물을 빼낸것 그렇다 치고 내측 바닷물이 썩어가 어족까지 싸그리 죽어가고 있는데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수위는 공사에 맞춰 높이지 않을지언정 해수유통을 시켜주는것은 당연한 처사가 아닙니까?”

이 곳 불등포구와 함께 평생을 어업으로 살아온 장원기 이장의 쓴 소리다. 새만금방조제 공사전 불등포구는 조류가 게세 산란기때 이곳을 찾아드는 어족들과 소라, 꽃게, 조기, 심지어 갈치까지 안 나오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해태(김) 가공업까지 발달은 물론 세대당 1척이상의 어선을 보유하여 이 불등포구만 해도 60여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었다. 지금은 어장이 막혀 생계를 꾸려가기 조차 벅차 한 사람씩 떠나다 보니 반이상의 주민이 줄었다. 물막이 이후 마을앞 바다가 갯뻘이 사라져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질주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궁핍하고 피맺힌 현실을 외면해서는 않된다”고 말했다.

/백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