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씨, 생각들 좀 해보쇼. 여그는 사람으로 치자면 여자의 자궁이여. 생명을 길러내는 곳이라 이말이여! 자궁을 없애는디 어찌 생명이 살기를 바라겠소?”

얼마 전 방조제 공사가 끝난 새만금의 갯벌 이야기를 다룬 백용해 씨의 ‘갯벌이야기’ 책속에 등장하는 말이다. 갯벌은 육지로부터 흘러드는 오염원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모든 바다 생명의 산란장과 보육장이 돼 생명의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생명을 품고 숨쉬던 땅,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 하던 갯벌이 사라져 가고 있다.

동진강과 묘하게 동거하고 있는 문포항도 그중 하나다.

문포(文浦)는 동진면사무소에서 북서쪽으로 3.5km지점에 안성마을과 함께 위치한 해안포구다.

문포가 위치한 부안군 동진면은 부안군의 첫 관문이자 그 옛날 세곡을 경창(서울)으로 수송하기 편리한 중요지역의 하나인 북창(北倉)으로 동진강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 인심이 후덕하고 만선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고을이었다.

황해로 뻗은 문포는 삼국시대에는 동진강 폭이 좁아서 김제만경과 좁은 하천을 경계로 문물 교류가 형성됨에 따라 큰 포구가 형성 되었다,

지리상 문포를 품에 안고 있는 안성리는 여러 성씨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왕이 살아도 손색이 없다 하여 마을 이름을 왕성리라고 불렀으나, 백제 진흥왕 때 이곳을 지나가는 도인이 마을 이름이 임금왕 자가 들어 있어서 좋지 않으니 마을 이름을 고쳐야 한다하여 산세가 기러기가 알을 품고 있는 현상이니 기러기 안자로 고쳐서 안성촌으로 불리어져야 한다는 말에 따라 안성마을로 불려졌다.

이후 약 300여년 전, 이곳에 정씨성을 가진 자가 정착하면서부터 안성마을이 집성촌을 이뤄 고기잡이 여건과 생활에 손색이 없어 난리가 있을시에는 피난처로서 적지이였다고 한다.

또 지금의 문포(文浦)에 왕성(王城)터라 해서 전진 군사기지가 있었고, 그 배후에 반곡리산성(盤谷里山城)과 당후리산성( 堂後里山城), 구지산 토성(九芝山土城)을 쌓아 방비를 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이 곳은 바다로 나가면 고기를 잡고 주위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장관을 이뤄 찾아오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인파가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인해 지금은 쇠락해 버린 문포항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바다라기 보다는 작은 하천이 막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해수유입이 없는 작은 포구는 플랑크톤 시체 분해로 바닷속까지 소멸시켜 바다 어종은 고갈된 상태로 빗물등의 유입으로 붕어와 빠가등의 민물어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매립공사 이전의 봄철에는 동진강변에 배를 타고 나가 실뱀장어를 잡아 고소득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매립공사로 물길이 막혀 잘려나가고 있었다.

그 예전 황금어장이 새만금공사로 포구의 기능을 상실했다. 동진강변 하천의 물맥과 새만금 내측어항이 사라져가고 있는 포구 주변에는 수십대의 장비들이 동원되어 방수제공사를 한창진행 중이었다.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시행되고 있는 새만금내측 방수제 공사현장에서는 대형 덤프트럭들의 분주한 이동과 굴삭기들의 굉음과 함께 바다를 매립하고 제방을 쌓고 있었다.

/(부안 문포) 백용규 기자 byg2327@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