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만선으로 가슴 벅찰 날 꿈에서나 볼까

[새만금 포구가 사라진다] <5>부안 계화

기사 작성: 백용규 기자 - 2011.05.12 22:28

▲ 계화도 내측 수문과 가까운 선착장. 비를 맞으며 여름숭어를 잡기 위해 그물을 손보고 있다./백용규 기자

약속의 땅 부안군 계화도는 또한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는 복권의 땅 이었다. 날마다 만선을 알리던 깃발들로 동네방네 꽹과리 두들기던 땅이다. 꽹과리 두들기는 소리에 놀라 포구가 들썩거리던 횡재의 땅이었다.

전국의 백합주산지로 명성세 떨쳤던 계화도 갯벌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후 새만금호안에 갖혀버린 계화도. 어업소득과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경제까지 얼어 붙어 있었다.

게다가 내측 방수제공사를 위한 수위조절로 물길이 막혀 어민들이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이자 수백만 평의 갯벌이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노출된 갯벌과 함께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 주민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여름숭어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야 할 시기이지만 바다물이 막혀 고갈되어가는 어획량에 조업을 포기한 100여척의 선박들이 뭍으로 밀려나거나 오랫동안 포구에 발이묶여 있다.

▲ 오후 1시께. 새벽5시에 새만금 내측으로 고기잡이 나간 소형어선이 갓 잡아온 여름숭어를 도매상에 넘기고 있다./백용규 기자

●육지 속에 갇혀 잊혀져 가는 계화포구

부안 계화면 끝자락에 '붙어 있는' 계화도는 원래 섬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름은 섬일 뿐 육지나 다름없다. 변산 반도를 찾는 외지인 들은 곧잘 계화도를 곧잘 묻곤 하는데 김제에서 부안으로 가는 23번 국도를 따라 동진강 휴게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외딴 산 하나가 바로 해발 2436.3미터의 계화산이다. 계화도는 이 산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섬지역을 일컬는다.

동쪽에는 동진면(東津面), 남쪽은 행안면(幸安面)·하서면(下西面)과 접하고, 북쪽과 서쪽은 황해와 맞닿는다.

1976년 9월 계화도(界火島)가 계화리가 되고, 행안면에 계화출장소가 설치되었다가 또다시 1983년 2월 전국 행정구역 조정에 따라 계화출장소가 계화면으로 승격하였다. 원래 면적 2.5㎢, 해안선길이 약 7,000m의 작은 섬이었으나, 1963년 시작된 동진강(東津江) 하구언 대규모 간척공사를 시작으로 1978년 육지와 잇는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공사로 조성된 약 46㎢에 이르는 간척지를 갖게 됐다.

계화도 북쪽에는 400m쯤 되는 작은 포구가 있고 바닷가 인근에는 간간히 소형 접안시설들이 있다.

그런데 이 포구마저 사라질 판이다.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방조제로 막고 최근에는 해수유통이 없어 어민들의 젖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계화포구는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모두 끝나면 작은 물길이 흐르는 흔적만 남을 뿐 더 이상 포구로서의 역할은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계화도는 전국적인 백합조개 산지다. 백합 외에 다양한 조개류가 생산되면서 조개구이 또한 명성이 자자했었다. 그런데 갯벌이 말라버리면서 수확량이 눈에 띄게 고갈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자연산 백합조개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계화포구에서 18년째 조개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조개를 찾아보기 힘들어 채취를 거의 나가지 않는다. 당장 생계를 위해 토종닭등으로 음식 종류를 바꿔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아닌 지평선

계화도 서쪽으로 나가면 새만금 방조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바다물의 유입량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생명을 품을 수도 없는 갯벌아닌 갯벌과 함께 새로운 노출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수평선이 사라지고 지평선이 새로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 선 너머로 신시도·선유도가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온다. 계화도 남쪽 돈지마을 주민은 신시도를 가리키며 “저 섬 너머에 유명한 신시도해수욕장과 장자도가 있어라우. 예전에는 배로 가야 했는디. 이젠 차로 갈 수 있지라우. 얼마나 편해진 세상이요”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바닷물은 과거의 해안선에서 짧게는 1㎞. 길게는 3㎞ 정도 물러나 있다. 말라버린 갯벌은 자동차가 달려도 무리가 없을 만큼 단단해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는 백합을 비롯해 바지락 등 수많은 조개류들이 말라죽어 있고. 무수히 뚫린 구멍 속에는 더 많은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난해 방수제 공사를 위한 바닷물의 유입이 차단되면서 죽은 갯벌 생물들의 부패로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지만 차선책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줄어든 어획량으로 파편맞은 어민들 한숨

새벽녘 여름 숭어를 잡기위해 바다에 나갔다가 어선에 피곤한 몸을 의지한 채 계화 포구에 돌아온 한 어민은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지 모르겄소. 내일이 될지. 내년이 될지…”라며 뿜어내는 담배 연기에 허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를 막기전보다 10배 가량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한 어획량에 설상가상으로 유가까지 올라 적자 조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민 최종근(45)씨는 “고기는 잡히지 않고, 조업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어민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라며 “특히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어획난을 뒷받침해 주는 정부의 실질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근씨는 수년 전 경기도 수원에서 건설업에 종사해오다가 새 삶을 찾기 위해 이 곳 계화도에 정착했다. 이제는 희망보다 절망이 앞선다는 최씨. 희망을 안고 돌아온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 상경하고 싶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 씨는 “새만금 내측에 바다물을 유통시키지 않아 숭어가 들어오지 않음은 물론 갯벌에 가라 앉은 숭어가 뜨지않아 어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온상승, 어장 황폐화 등의 요인인 바닷물을 열어달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또 “새만금공사전, 요즘같은 여름숭어철엔 5톤 안팎을 잡았 올렸는데 오늘은 겨우 200킬로그램 밖에 잡지 못했다.해가 갈수록 바다고기가 줄어 들고 있다. 대폭 감소한 원인은 해수유통이다. 공사에 지장이 없는 만큼이라도 수위를 조절해 달라고”고 덧붙였다./백용규 기자 byg2327@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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