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는 김제평야의 끝트머리로 군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작은 포구이다. 북쪽에는 만경강 하구, 동쪽으로는 서해 개벌, 남쪽에는 동진강 하구가 있다. 그리고 심포 근처에는 망해사라는 절도 있다. 말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다. 바다의 수평선과 평야의 지평선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망해사에서의 서해 낙조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심포는 썰물때면 갯벌이 10km의 길이로 드러나는 포구로 “돈머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돈이 흔전만전한 동네였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를 터전으로 백합을 캐고 물고기를 잡아서 돈이 나오고, 인근 석산에서 돌을 캐다 팔아 돈을 벌 수 있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 이전, 심포항구에 늘어선 18여곳의 횟집들은 야간과 주말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여관은 예약없이는 주말에는 이용이 힘들 정도였다. 간만의 차가 심한 이곳은 백합의 주산지로도 유명했다. 특히 5월이면 바다에서 나는 최고의 고단백질 식품인 자연산 백합을 맛볼 수 있었다. 또한 백합 이외에도 생합, 죽합 등 다양한 바다생물을 잡을 수 있는 황금어장이었다.

그런 심포가 옛날의 영화는 온데 간데 없이 쓸쓸한 포구가 돼버렸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아진 뒤 바닷물이 드나들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초부터 수위가 낮아져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심포항 앞바다는 폐선박과 어구들로 어지럽게 널여 있는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심포항 인근에서는 발이 묵인 50여척이나 된다.

포구의 바닷물의 수질은 심하게 썩어 있었고 노출된 새만금호 멀리에서는 중장비가 동원된 돼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방수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육지화되고 있는 이 곳은 농업단지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예 포구 안쪽에는 이미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떠난 폐허된 흔적이 즐비하고 철골만 앙상하게 남아 횟집건물들이 스산하고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다.

새만금 개발로 바다자원이 고갈되고 수질이 악화는 물론 포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200세대 700여 명의 어민이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횟집 숙박시설 손님 뚝, 주민들의 삶◀

“그래도 새만금 공사가 시작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 장사가 더 잘될 줄 알았는데 되레 황폐해지는 바다오염으로 가게문을 닫아야 할 지경입니다."

김제 심포 선착장 앞. 이곳에는 예전 15여개의 횟집들이 영업을 했지난 이날 문을 연 횟집은 6곳에 불과했다.

포구앞에 남은 포장마차 횟집가게 업주들이 모여 나날이 줄어져가는 손님들로 매상이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10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김 모(51·여) 씨는 “새만금호 공사로 어획고가 줄어들고 바닷물이 악취를 풍기고 있어 손님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생활비도 아끼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수족관 활어가 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공사를 하지 않았으면 요즘같은 성수기는 손님으로 넘쳐났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에 생계대책 마련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착장에서 그물을 손질 중이던 최 모(64)씨도 거들었다. 최 씨는 “해수유통이 안돼 백합과 죽합 등 어패류가 썩으면서 심포앞바다는 악취가 풍기고 있어 사람이 살지 못할 지경이다. 이런 상태에서 조업을 할 수도 없고 바다에 나갈 마음도 없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갯벌이 육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중장비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삶의 터전을 잃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제 선주협회 강희주 회장

“30여년 동안 바닷일을 했어요." 김제출신의 아버지가 고기잡는 모습을 보며 자란 강 회장도 자연스레 어부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남자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바다를 떠나 도시로 나가 취업하던 시절, 어부는 꽤 괜찮은 직업이었다."며 “다른일 치고는 중노동이지만 애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작은 집이라도 한 채 사줄 정도는 됐다.”고 밝혔다. 일은 힘들었지만 남부럽지않은 살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포 앞바다가 살림의 원천이었다.

지금은 자원이 고갈돼 바다에 나갈 수 없어 근근히 바지락 채취를 돕는다는 강 회장은 요즘 어민들을 대표로 나서 새만금호 피해어업인 지원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 회장은 "백합, 동죽, 주꾸미, 꽃게, 바지락 들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해산물이 많이 줄어 바다에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공사를 위한 수위조절로 자원이 고갈돼 어업권을 잃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나오는 바지락만 채취할 뿐 썩어가는 새만금호에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어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없는 실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 회장은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이 지역 어민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 어업대책의 수립과 새만금지구내 노출 간척지중 내부공사가 지장이 없는 지역을 선정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해 어민들에게 가경작권을 부여 등 생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 했다. 그는 또 “1차 내부공사가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해수유통을 통한 어장활동 마련과 400여척의 무허가 어선에 대해서는 폐업으로 인정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한다.”고 말했다.

/백용규 기자 byg2327@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