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슬프다… 흥했던 곳마다 폐허다

[새만금 포구가 사라진다] <2>어은 포구

기사 작성: 김기현 기자 - 2011.04.14 14:46

▲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포구의 기능을 상실한 어은포구. 한 때는 어선 100여척이 이용할 정도로 활발한 어업활동이 이뤄진 곳이다.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포구의 기능을 상실한 채 황무지가 돼 버린 어은포구. 그곳엔 생명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갯벌은 서서히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지고 갈라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마저도 수풀이 자라나면서 포구의 모습마저 감추어진지 이미 오래됐으며, 화석처럼 응고 돼 가는 갯벌 사이로 난 갯골을 따라 몇 마리 물새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 먹이사냥을 하고 있었다.

◇어은마을

어은마을은 만경강 하구에 자리한 마을로, 은동 혹은 어은이라 불렸는데 어은포구가 들어서 오랜 옛날부터 어로활동을 하던 마을이다. 어은(魚隱)이라는 말은 고기어(魚)에 숨을은(隱) 자를 쓰는데 옛날에는 고기반, 물반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물고기가 흔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의 어전(漁筌)은 어살의 형태로 행해졌는데, 마을 주민들은 일명 찌기와 어망이라 불렀다. 찌기는 화란새우를 잡기 위해서 만드는 어전으로, 매년 1~2월에 만들어 3월에 설치해 6월까지 화란새우를 잡았으며, 한해 소모품으로 이용해 매년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어은마을에서는 새우알 젓인 화란을 얻기 위해 많은 가구에서 찌기를 설치했는데, 한 가구에서 많은 경우에는 10개 이상의 찌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어망을 이용해서는 부새, 준치 등을 잡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옛날에는 주목망과 유사한 개막이도 했다는데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 수년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왕래했던 옥구염전사무실은 텅 빈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어은포구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4공구 물막이 공사 마무리 소식은 어은마을 주민들에게 억누를 수 없는 서글픔을 안겨주었다. 일년에 두 차례 뉴질랜드, 호주 등지에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지로 장기비행을 하던 도요새의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는 등 바다새들의 낙원이었던 어은포구 일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어은포구는 어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이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어업소득도 높았으며, 나름대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심지어 한달 수입만 천만원을 벌어들인 주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포구가 있을 당시에는 주민 80% 이상이 어업에 종사했다. 이곳에서는 조개 등 폐류 채취와 어선을 이용한 고기잡이 등을 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포구는 기능을 잃어갔고, 주민들은 어업권이 손실돼 개인 소득의 60~70% 이상이 감소됐다. 어은포구가 사라져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궁핍해진 것이다.

어은마을 박만길 이장은 “어업권 상실로 인해 외부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많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주민들은 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양식면허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아 당시 주민들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어은포구가 있었던 어은마을은 당시 120여 세대에 500~6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았지만, 포구가 사라진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 이제는 80여세대 400여명 정도가 살고 있다.

▲ 어은포구가 사라지자 임시 선착장으로 사용했던 이곳도 결국은 새만금 내부공사로 인해 폐쇄됐다.

◇옥구염전

어은포구 인근에 위치한 옥구염전 주변은 새만금 7공구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후,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았고, 그곳에서 경제활동을 해왔던 주민들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이곳은 180만평의 땅에서 천일제염법을 이용해 수천톤의 소금을 생산해 냈었다. 옥구염전은 전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소금을 생산했으며, 당시만 해도 매우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완공된 후, 이곳은 더 이상 바닷물이 들지 않아 염전으로서의 역할은 종식을 고했다. 이젠 황량한 벌판에 일본식 건축물인 옥구염전사무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옥구염전이 사라지면서 이 땅 일부에 들어선 군산CC 골프장은 130만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골프장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어은포구가 사라졌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조개채취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변해버린 주민들의 삶

어은포구가 사라지자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운 선착장이 생겨났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이후 어은마을 주민들은 임시로 만들어 놓은 선착장을 이용하면서 조개 채취와 고기잡이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곳마저도 폐쇄되면서 주민들은 더 이상 새만금 내측에서는 어업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주민들은 물가에서 조개 채취 등을 하면서 일정부분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인근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숙박업과 음식업으로 생활방법을 바꾸어 가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삶의 터전이었던 어은포구를 잃어버린 주민들은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박만길
[인터뷰] 어은마을 박만길 이장

“어은포구는 어업활동이 활발하면서 큰 성황을 이룬 곳이다. 노랑조개의 경우, 일본으로 수출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당시에는 어선 100여척이 이 포구를 이용할 정도로 바다에 자원이 풍부했다” 어은포구에서 만난 박만길(62) 이장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어은포구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놨다.

어은마을에서 태어나 이 마을의 토박이로 살고 있는 박 이장은 새만금 방조제 착공시기부터 함께하면서 지금까지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촌계장을 10년째 하고, 이어 마을이장을 3년째 해 오면서 어은포구가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시작하면서 농림수산부에서 3~4년 안에 새만금을 간척해 농경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농사를 짓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몇 년이 가도록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때에 이 약속을 기다렸던 주민들은 이제는 60~70세가 되어 지금 농경지를 준다고 해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나이가 돼 버려 이제는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박 이장은 “어업권을 잃은 주민들은 이제 숙박과 식당 등을 하면서 새롭게 살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며 “군산시에서 어은마을에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테마숙박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외지인들에게 분양된다면 주민들은 더 이상 갈 곳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기현 기자 sisando@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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