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비전 사업은 ‘보존이냐, 개발이냐’는 문제로 10여년간 내부 싸움으로 시간을 소비했던 새만금 사업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특히 새만금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10여년 늦게 출발한 중국 정부는 강력한 추진 의지로 이 사업을 사실상 3년만에 완공하고 내부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신뢰와 의지를 대외적으로 인정 받는 결과를 가져와 차후 아직도 내부 개발 문제로 터덕이고 있는 새만금의 경쟁력을 앞지른 것이다.
△조비전 사업의 배경=조비전 사업은 중국의 새만금 사업이다. 중국 하북성-산동성 등 북부 개발을 주도하기 위한 이른바 ‘대문’(大門-관문(關門)을 만드는 사업이다. 특히 상해 중심의 해외 무역이 수도 북경과 연변 등 북부권과 거리가 멀어 이를 대처하기 위한 제2 상해 만들기 프로젝트다. 간척 규모나 방조제 길이 등이 새만금과 유사하다.
중국은 문화 역사적으로는 동북부 지역에 대해 이른바 ‘동북공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비전 사업은 산업과 물류 측면의 ‘동북공정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중국발전 전략 중 1단계 홍콩, 심천개발과 2단계 강소성, 상해권 개발에 밀린 북부지역의 대반격이라는 지역간 경쟁구도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착공 3년여만에 투자 유치 설명회=조비전은 중국 동북 3성을 포함한 중국 내 북부 미개발지역의 중심기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당산시에서 18㎞ 바다에 떠오른 섬인 조비전을 시발로 3년여만에 새만금과 맞먹는 부지를 신속히 매립하고 제철산업과 조선이라는 중화학공업단지 조성을 이미 착수했다.
특히 물류거점항 건설이나 인접한 내륙지역에 풍부한 온천을 바탕으로 5성급 호텔을 짓는 등 관광레저에도 눈을 뜬 것을 볼 때 새만금 구상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06년 9월 중순 중국 당산시에서는 조비전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가졌다.
세계 유수 기업체등이 이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미래구상=간척지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비전과 구상 제시로 홍콩과 대만, 마카오, 싱가포르 등 인접국과 캐나다, 미국, 아프리카 투자자본들의 러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비전 항구
중국 정부는 향후 2010년까지 조비전 매립지역 내에 5만명의 정주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공업구 공사가 완벽히 완료되는 2020년이 되면 주변지역에 50만명 규모의 신도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는 일단 홍콩과 마카오 자본의 유치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북도의 대응 :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전북도로서는 중국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전북도 관계자 중 조비전에 대해 정보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간척 사업도 사업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부개발 구상이 전북도의 구상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전북도는 그동안 네덜란드와 두바이 등을 내부 개발의 모델로 삼으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전북도는 매년 수십명을 보내 이들 두 지역을 배워오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새만금의 미래 시장과 그리 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종이의 꽃으로 비교됐다. 정작 경쟁해야 할 중국의 준비를 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새만금을 동북아 관광 물류 기지로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응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중국 정부가 조비전 사업을 3년여만에 완료하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전북도는 이 사업을 사실상 장기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치적 결단 우선 : 김완주 전라북도지사는 환경 우선을 내세워 새만금 추진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아직 여전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력한 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새만금 입장으로 볼 때는 진퇴양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절대 권한을 가지고 추진하는 중국과 판이 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새만금 내부 개발의 첫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는 (주)새만금관광개발이 출범했음에도 내부 정치적 이해 관계에 묻혀 터덕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새만금 사업 추진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 여건으로 보인다.
특히 새만금 특별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요구다.
한국정보시장연구소 오산원 회장은 “중국의 강력한 정부의지가 소리 소문 없이 새만금과 맞먹는 대단위 공업지구를 간척을 통해 완성했고 이를 통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새만금의 경우도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외자유치 등 개발추동력을 절대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