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간척지를 무엇으로 사용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33㎞에 이르는 방조제를 구축한 목적도 전북, 나아가 국가경제에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간척지를 활용하는 방안 중 하나로 산업단지 조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환경오염 논란에서 자유롭고,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가 큰 업종이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산업단지로 주목받는 스웨덴 ‘시스타(Kista)’와 핀란드 ‘오울루(Oulu)’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총 면적 66만평의 시스타에는 에릭슨, 노키아, 인텔, IBM, 마이크로소프트, 스카니아, 텔리아, LG전자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업 700여개가 몰려있다. 스웨덴 경제의 20%를 차지하며,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성장엔진이다. 이곳 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특허만도 블루투스 등 350여종에 달한다. 시스타에서는 모든 지역이 무선 랜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선 벨리(wireless valley) 또는 모빌 벨리(mobile valley)로도 불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은 세계 2위의 정보기술단지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스타 홍보이사 마르타 산덴씨는 “입주기업의 40%가 정보통신 분야이며, 시스타에서 일하는 사람은 에릭슨 8,000명을 포함해 6만 5,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시스타 과학도시는 1975년 에릭슨 이전을 시작으로 형성됐다. 이곳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삭막한 군사훈련장과 농토에 불과했다. 스톡홀름 시가지가 외부로 확장되면서 거주단지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훈련장이 옮아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에릭슨이 이곳에 무선통신 관련 사업본부와 연구소를 이전하면서 시스타는 환경이 급변했다. 이후 IBM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합류했고, 관련 기업들이 속속 이전하면서 시스타 역사가 시작됐다. 기업 이전과 함께 고급 인재를 공급하기 위한 대학 설립도 뒤따랐다. 스웨덴 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이 문을 열었으며, 이들 대학은 2001년 4월에는 IT대학으로 통합됐다. 현재 학생 4,000명, 연구과학자 210명, 교수 50여명이 민간기업이 필요로 하는 IT분야 연구인력과 벤처기업인을 배출하고 있다. 이른바 맞춤형 실무교육의 산실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됐다. 스톡홀름 시는 시스타가 도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지원했다. 스톡홀름 시내까지 전철을 연결함으로써 출퇴근이 가능하다.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문화 및 교육, 의료시설, 금융기관 등 각종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기에 고급 연구인력 유치가 가능하다. 또 고속도로는 아를란다 국제공항까지 20분 거리로 좁혀 놓았다. 이와 함께 초중고 교육기관과 대형 쇼핑몰, 레스토랑, 영화관, 주거단지도 조성했다. 자족기능을 갖춘 기업도시로 발전한 셈이다. 스톡홀름시는 이곳을 2010년까지 기업, 대학, 연구소, 주거단지, 문화시설, 쇼핑센터이 들어선 자족적 과학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경우 기업체 종사자 12만명, 학생 1만 2,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마츠 헤덴스트롬 마케팅담당 이사는 “기업, 연구소, 대학은 물론 주거, 문화시설이 집중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시스타는 잠시 쉬러오는 파크(park)가 아니라 24시간 연구하고 일하며 생활하는 시티(city)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자한 연구소도 잇따라 둥지를 틀었다. ACREO이 같은 여건 변화에 힘입어 에릭슨은 2003년 봄에는 아예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ACREO에는 150명의 연구원이 연간 2억 2,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350억원)를 올리고 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최대 강점은 창업 및 보육 시스템이다. 이곳의 일렉트룸 재단은 산학협동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정보통신기술 부문에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일렉트룸 이사회를 통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이사회는 아이디어가 생산적이고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개인투자가 또는 스톡홀름 시를 통해 투자를 알선한다. 이 경우 창업기업은 세제혜택은 물론 사무실도 2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힘입어 매년 20~30개 기업이 창업한다. 현재 일렉트룸 건물에 입주한 110여개 벤처기업은 매년 1조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토마스 베니치씨는 “창업한 기업은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받지 않는다. 매년 우수한 기업이 창업하고, 대기업은 이들을 인수해 기업을 키우는 등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만금간척지에 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되,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선도 기업, 대학 및 연구소 설립, 그리고 창업 및 보육기능까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스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에릭슨과 같은 선도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한스 브로스트롬 마케팅담당 이사

“시스타가 위기를 딛고 세계적인 IT클러스터로 성장한 비결은 기업과 대학, 정부의 3자간 유기적인 협력 덕분입니다.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에릭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학연을 연결하는 일렉트룸 재단의 창업보육기능이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한스 브로스트롬 마케팅담당 이사는 “에릭슨을 비롯한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집단화, 스톡홀름시의 적극적인 사회간접자본시설 지원, 정부의 연구소 설립,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름대학의 연구 및 인력공급, 시스타 운영을 맡고 산학협동의 매개역할을 하는 일렉트룸 재단 등이 어울려 시스타를 북유럽 최대의 IT산업단지로 변모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강점으로 클러스터 집적효과를 꼽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연구소와 대학, 창업보육센터 등이 입지함으로써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손쉽게 의견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완공된 시스타 타워는 허브역할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IT회사들이 입주한 까닭에 활발한 정보교류는 물론 공동 프로젝트 수행 등이 가능해 지금도 입주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브로스트롬 이사는 “초기에는 입주가 부진해 애를 먹었으나 현재 2,500명을 수용하는 건물에 70%인 1,500명이 입주를 마쳤다. 동종 업체 입주에 따른 이점 때문에 조만간 100% 분양이 예상된다”며 자신했다.

그는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가 발전하면서 주변에 3개의 위성도시가 형성됐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IT분야 종사자만 3만여명에 달한다”면서 “주변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브로스트롬 이사는 “시스타가 스웨덴 경제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스톡홀름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시스타에 집중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면서 “이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도 과제다”고 말했다.　

스웨덴 시스타= 글/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사진 조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