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이 최고 성장분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중남미 코스타리카, 벨리즈 등 생태 관광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관광산업에서 찾고 있다. 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생태관광(ecotourism)은 일반 관광에 비해 3배가량 성장 속도가 빠르다. 관광객들도 단순한 유적지 방문에서 벗어나 체험 위주의 생태관광에 높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만금 내부개발 방안 중 하나로 생태관광이 거론되고 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와 함께 1억3,000만평에 달하는 간척지의 일부를 생태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함말비 셔스타드와 코스타리카 사례를 통해 생태관광의 중요성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북유럽 국가들의 도시계획 원칙은 환경 친화적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4국은 높은 경제적 성장과 함께 친환경적 도시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전 지구적 환경보전을 위한 스톡홀름 선언의 토대가 된 나라 스웨덴의 친환경개발은 남다르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1972년 지구 전체의 환경악화 문제를 논의했던 세계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된 곳이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인구 47만 명에 불과하지만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대의 조선산업 중심지다. 이 때문에 1960~1970년대 당시 대기오염 도시로 오명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환경선진 도시로 손꼽힌다.

예테보리에 이어 스톡홀름 근교에 위치한 ‘함말비 죠스타드(Hammarby sjostad)’는 또 다른 성공적인 생태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함말비는 애초 2004년 올림픽선수촌 건설을 염두에 두고 계획됐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가 무산되면서 스톡홀름시는 이곳을 생태도시로 개발했다. 이곳은 스톡홀름 시 외곽에 위치한 공장지대에 불과했다. 제조업 쇠퇴와 설비 노후화로 산업기능을 상실하면서 함말비 지역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으며, 공장지대에서 흘러나온 폐수는 ‘함말비 셔’ 호수를 급속히 오염시켰다. 토양 및 대기 오염 또한 심각해 주거지역으로 외면 받았다. 그러나 스톡홀름시는 1996년 개발을 착수, 1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을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적 재개발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2015년까지 주택 1만 세대, 사무실 2만개를 계획하고 있다. 이 경우 3만여 명이 거주하게 된다. 현재 4,000세대에 1만여 명이 살고 있다.

한때 외면 받았던 함말비 지역은 이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번잡한 스톡홀름 시가지와 달리 자연환경을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데다 호수와 녹지대가 어울린 빼어난 자연경관, 그리고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단지로 급부상했다. 스톡홀름 중심지까지 전철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교통 편리성은 스톡홀름 시가지에 위치한 각종 의료, 교육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의 집 값은 만만치 않으며, 상류층의 이주가 잇따르고 있다.

함말비를 가려면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출발해 굴마스플랜(Gullmarsplan) 역에서 내리면 된다. 언덕 위에 위치한 관리사무소에서 바라보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는 Y자 모양의 호수를 주변으로 크게 시클라 웃데, 시클라 카지, 시클라 카날, 함말비 가드, 럭넷, 헨릭스달샘넌 등으로 형성돼 있다. 특히 수로를 두고 마주한 시클라 웃데와 카지 지역은 독특한 외관을 한 주택들이 인상적이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새만금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담수가 발트해로 흘러 들어간다.

수로와 접한 보행자 전용도로 주변에는 전면을 유리창으로 마감한 아파트와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매끈한 사무실이 줄지어 있다. 시클라 웃데 지역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때마침 내린 눈이 발목 높이로 쌓여 오솔길을 연상케 한다. 도무지 계획도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자연친화적인 건축 설계는 수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높이는 3~4층을 넘지 않는다. 호수를 따라 개설된 3㎞에 이르는 수변도로는 산책로, 조깅코스, 데이트코스로 주민들의 사랑받는다.

스톡홀름시는 이곳을 개발하면서 기존 수변공간과 녹지대를 최대한 살렸다. 그리고 건물의 층고를 6층 이하로 제한하는 한편 건물 외관과 색채, 디자인까지 기본계획에 담았다. 호수에 유입되는 물은 하수정화시설을 통해 1급수로 바꾼 뒤 발트해로 흘려보낸다. 또 호수 중앙에는 갈대를 심어 자정작용을 돕는다. 특히 지역 내에서 자동차 이용을 최소화 했다. 대신 호수 주변을 연결하는 페리를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매 1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페리를 이용해 역에서 전철로 환승해 스톡홀름 중심지에 있는 근무지로 출퇴근할 수 있다. 또 도시 주변을 순환하는 트램은 5분 간격으로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카풀도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350여명이 25대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함말비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원 재활용이다. 기존 노후 공장을 철거하면서 나온 폐자재를 버리지 않고 재개발 과정에서 최대한 재활용했다. 또 주거지역 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쓰레기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 에너지로 사용하고, 태양열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소각로에서 발생한 열은 난방 에너지,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발생한 가스는 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 베이징 시장이 이곳을 방문해 함말비와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하자는 협약을 체결할 만큼 함말비는 생태도시의 성공사례로 회자된다.

그는 행정가들의 정책 결정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 당초 의도한대로 개발할 수는 있지만,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어려운 일이다. 함말비 지역이 북유럽 최고의 생태도시로 유지될 수 있는 결정적인 배경에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면서 “함말비 지역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가 생활화된 지 오래이며, 수질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또한 각별하다.

또 지역 내 설치된 인포메이션센터를 통해 지속적인 환경교육은 물론 함말비 도시개발의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레이먼씨는 “개발 과정에서 기존 공장들의 저항도 있었지만 개별 기업에 특성을 감안해 이전을 지원하면서 반발을 최소화 했다. 개발하기에 앞서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치밀한 계획과 투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태관광의 코스타리카

중앙 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을 통해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다. 한반도 면적의 4분의 1, 전 세계 대륙 면적의 0.0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동식물의 5%가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나비 2,000종, 새 450종(전 세계 조류의 20%) 등 지구상에서 단위 면적당 종다양성이 가장 높다.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 산림보호지구는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써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3,500~4,000명이지만 연간 4만5,000~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그러나 코스타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산림을 지키기까지는 간단치 않은 여정이 있었다.1950~1960년대 정부가 커피와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산림 파괴가 급속히 진전됐다. 커피농장을 만들고, 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목초지를 얻기 위해 숲이 마구잡이로 잘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국토의 50%에 해당하는 산림이 훼손됐다. 뒤늦게 산림자원의 가치에 주목한 코스타리카 정부는 1969년 산림법을 제정하고, 1971년 산타로사 지역을 자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생태계 다양성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인 환경에너지부(MINAE)와 산하 기관인 자연보호관리국(SINAC)을 설치했다. 또 전 국토의 20%를 국립공원이나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결과 30여년이 지난 산타로사 국립공원은 복원됐고, 동물과 곤충, 조류 등 다양한 생물종이 찾아왔다. 숲이 살아나면서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몬테베르데 산림보호구역은 연중 생태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생태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관광객은 하루 160명으로 제한된다. 관광객을 많이 받으면 돈벌이가 되지만 산림보호를 위해 최소한 개방만 허용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이같은 의식은 지난해 8월 빠꾸아레강 댐 건설을 놓고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다시 확인됐다. 투표결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댐 건설은 무산됐다. 주민들은 열악한 전력사정으로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댐 건설을 반대했다.

2004년 코스타리카 관광산업은 전년대비 관광객 수 16%, 관광수입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약 148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다녀가 14억 5,0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전체 수출 규모의 23%에 해당하며, 주요 수출상품인 바나나의 3배, 커피의 8배에 해당하고, 전체 GDP에서도 8.7%를 차지하는 등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 관광산업 성장에 힘입어 직접고용 8만 5,000명, 간접고용 50만명은 물론 호텔, 요식업, 건축산업까지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만금 간척지의 이용방안 중 하나로 생태관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사진=조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