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꿈이 현실로
두바이의 상징이자, 두바이를 소개하는 화보마다 으례껏 등장하는 게 ‘버즈 알 아랍’ 호텔이다. 쥬메이라지
버즈 알 아랍은 이미 돈 많은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룻밤 숙박비만 160만원에서 최고 2,500만원이지만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 투숙객을 실어나르는 롤스로이스가 끊임없이 호텔을 들락거린다. 예약 손님이 아니면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된다. 그래도 호텔에 들어가려면 현지 돈으로 200디르함(7만원)의 입장료 내야 한다. 철저한 VIP마케팅의 일환이다.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에미레이트 몰. 세계 5대 쇼핑몰에 속하며, 중동에서 가장 크다. 쇼핑몰에는 까르푸 등 중저가 매장을 비롯해 최고급 브랜드 루이뷔통을 파는 명품점까지 400여개 점포가 운집해 있다. 또 이곳의 실내 스키장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슬로프 길이는 380여m로 짧지만, 사막에 스키장을 만든다는 발상의 전환은 충격적이다. 하루 이용료 220디르함(5만8,000원)만 내면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골프장도 있다. 대만에서 왔다는 관광객 임의가(林宜佳)씨는 “대만에 살면서도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눈을 사막 한 가운데서 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골프장과 실내 스키장, 미국 맨해튼을 연상케 하는 두바이 다운타운,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160층), 미국 디즈니랜드 두배 크기의 두바이 랜드, 세계 최초의 해저호텔 하이드로 폴리스(220실, 해저 20m) 등. 상상을 뛰어넘는 갖가지 인공 건축물은 사막이라는 단조로움을 뛰어넘는 훌륭한 매개체다. 그러나 이들 건축물은 그냥 막 짓거나, 재미삼아 지은 게 아니다. 두바이 정부의 치밀한 발전전략에 따른 것이다. 도시 전체가 독특한 디자인의 빌딩으로 가득 채워진 것도 10년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온 개발프로젝트에 의해서다. 국영건설회사 이마르의 한 간부는 “우리는 건설하면서 동시에 팔 곳을 찾는다. 아직까지는 외부 자본조달없이 독자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쇼핑 천국, 금융 중심지
두바이는 세금이 없는 나라다. 공항은 물론 두바이 시가지 전체가 면세지역이다. 법인세는 물론 개인 소득세, 심지어 부가가치세까지 없다. 5%정도의 관세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외국기업은 자유지대(Free Zone)을 이용하면 면세 혜택이 있다. 그러면 세금없이 어떻게 국가운영이 가능할까? 두바이 정부는 저항이 있는 세금을 포기하는 대신 외국기업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이마르, 알 낙힐 등 국영기업이 주인공이다. 국가 소유의 항공사, 정유사, 부동산개발회사 등은 버즈 알 아랍호텔, 버즈 두바이 등을 건축하고 분양해 돈을 번다.
이와 함께 두바이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년 1~2월 쇼핑 페스티벌을 연다. 물류, 유통이 발달한 데다 면세지역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관광객을 유치한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대략 100만명이 몰린다. 면세 가격에서 다시 최고 75%~30%를 할인해줘 홍콩을 능가하는 쇼핑 천국이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도 한몫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초청해 버즈 알 아랍 호텔 헬기장에서 걸프만을 향해 티샷을 날리는 광고를 찍고, 세계 최정상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 애가시의 경기를 유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두바이는 2년 전부터는 중동지역 금융중심지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 관광과 금융, 두개를 축으로 국가를 경영한다는 장기 전략에 의해서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뉴욕, 도쿄, 홍콩 등 선진 금융센터를 벤치마킹해 HSBS, 메릴린치, 알리안츠 등 세계 285개 금융기관을 유치했다. 영어 공용화와 외국인 CEO영입, 최고의 교육 및 의료서비스 제공, 양질의 문화·여가시설 제공에 힘입은 것이다.
△지도자의 창의적 지도력이 관건
불과 20여년 전 모랫바람 이는 사막과 낙타가 있는 열사의 땅에 불과했던 두바이를 바꾼 최고경영자는 국왕 세이크 모하메드. 그는 지도자의 창의적인 발상과 과감한 정책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미래를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의 노예에 머무르게 된다. 번영은 기술과 돈이 가져 오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람만이 가져온다”며 발상전환과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주문했다. ‘왜, 사막에는 골프장을 못 만드는가?’라는 그의 역발상은 야외 골프장은 물론 실내 스키장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다. 또 그는 속도를 중시한다. 옥스포드대학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영입한 2,000여명의 싱크탱크는 그와 함께 두바이를 빠른 속도로 디자인하는 주역이다. 그는 “내 뒤에는 열심히 일하는 싱크탱크가 있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목표를 제시하면, 그들은 실행에 옮긴다”며 신뢰를 표시한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새만금방조제 축조에는 15년이 소요됐다. 찬반논란으로 적지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다시 내부개발방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실 전제적 권력을 가진 국왕이 통치하는 두바이와 15개 광역단체 중 하나에 불과한 전라북도지사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전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두바이는 통치자가 결정한 정책을 일관되며,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반면 중앙집권제도 아래서 전북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두바이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기초를 다졌지만, 중앙정부의 예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전북도의 입장은 다르다.
결국 두바이 발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논의는 충분하되, 방향이 정해질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다. 또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혜안과 창의적 발상, 그리고 과감하며 일관성있는 정책지원, 관료들의 헌신적 노력이다. 세계 최대, 최고, 최초 건축물은 그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는 반증이다. 새만금 내부개발에는 대략 10조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창의적인 내부 개발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전북도의 몫이다. 자유지대, 예산지원 등 세부적인 정책개발과 함께 새만금사업이 국가의 성장동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도 전북도가 할 일이다.
/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