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획취재팀은 사막을 중동의 허브로 바꾼 두바이를 시작으로 네델란드 간척지, 그리고 IT클러스터를 통해 국가경제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은 스웨덴 시스타와 핀란드 오울루를 다녀왔다. 새만금 내부개발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이들 선진 도시를 통해 합리적인 내부 개발방안은 무엇이며, 고려해야할 사안은 무엇인지를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탈 석유경제가 현실로 　

“꿈은 한계가 없다. 가자 미래로(Dreams have no limit. Go further).”두바이 세이크 라시드국제공항에서 마주친 표어다. 인간의 상상력을 창조적인 힘으로 바꾼 두바이의 현주소를 한 마디로 압축한 글이다. 공항을 나서 중심가인 세이크 자이드 대로에 들어서자 두바이의 상징인 높이 355m의 에미레이트 타워가 우뚝 서있다. 에미레이트 타워는 철과 유리로 매끈한 외관을 한 두바이 경제발전의 상징이다. 주변에도 30~40층 높이의 고층 건물이 빼곡하다. 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될 버즈 두바이(Burj Dubai:두바이 탑, 높이 803m)를 비롯해 시가지 곳곳에 초고층 빌딩 건축이 한창이다. 한 마디로 두바이는 ‘건설 중’이다.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라곤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11월임에도 불구하고 35도를 웃도는 뙤약볕과 공사장 주변 모래를 통해 열사의 나라임을 새삼 확인한다. 　

이곳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샤론씨는 “믿기지 않는다. 모래뿐인 사막을 지구상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중 하나로 탈바꿈시킨 두바이 정부의 저력이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두바이는 7개 토호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레이트연방(UAE) 중 하나다. 그러나 인구 120만명, 서울시의 7배에 불과한 두바이가 중동의 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동의 관광, 물류, 금융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최고, 최대, 최초라는 수식이 붙은 인공 구조물은 모두 두바이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두바이를 통해 인간의 창조적인 힘이 자연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지를 실험하고 있다. 　

1999년 세이크 모하메드 현 국왕의 주도 아래 시작된 두바이 프로젝트는 중동, 인도, 아프리카, 러시아 독립국가연합을 아우르는 16억 명의 인구와 1조1,000억 달러의 GDP를 보유한 광대한 시장을 겨냥했다. IT 인프라 구축, 면세 등 기업 활동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비(非) 석유산업 부문을 강화하는 등 경제구조를 리모델링하자는 것이다. 세이크 국왕은 석유(매장량 40억 배럴)로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금융, 무역, 서비스, 관광, 건설 등으로 경제구조를 다양화했다. 이 결과 2006년 현재 석유 의존도가 GDP의 6%까지 낮아졌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2010년에는 1%로 줄어들 전망이다. 탈 석유경제의 꿈을 현실로 옮긴 셈이다. 이제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이자, 석유 없이도 국가경영이 가능하다. 　

△자유지대 통해 외국기업 유치 　

두바이는 자원이 빈약하기에 국가차원에서 과감한 정책을 전개했다. 아이디어 개발과 인적 투자를 위해 국왕과 경제 관료들은 외국기업 유치에 전략적으로 나섰다. 법인세를 전면 면제하고, 외환 거래를 무제한 허용하는 등 자칫 무모해 보이는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제벨 알리’ 항구 주변은 서울 테헤란로를 연상케 할 만큼 활기차다. 이곳의 ‘자유지역(Free Zone)’은 120여국 5,400여개의 외국기업이 입주한 두바이 비즈니스의 중심지다. 입주기업 가운데 100개가 넘는 기업이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속해 있다. 삼성, LG 등 한국기업을 비롯해 소니, 도시바, 닛산, GE, GM, 다임러크라이슬러, 볼보, 네슬레, 필립스 등이다. 지난해 이곳 입주기업들의 교역액은 약 480억달에 달한다. 외국기업이라도 100% 투자가 가능하며, 100% 면세, 자유로운 송금, 그리고 노동쟁의가 인정되지 않는 기업환경에 힘입은 결과다. 이들은 걸프 만의 입지는 물론 자유무역특구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두바이 운하 근처의 고층 빌딩 숲에도 수 많은 외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건설 중인 비즈니스 베이에는 조만간 240개의 최첨단 빌딩이 들어선다. 빌딩 건설이 완료되면 뉴욕, 싱가폴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중동의 마천루가 출현하게 된다. 　

제베알리 자유지역을 행정적으로 관할하는 ‘자프자(JAFZA)’의 이브라힘씨는 “원래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민을 허용하지 않고, 외국법인의 투자한도를 49% 이내로 제한하던 당시 ‘자유지역’ 설치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규제완화가 없는 한 외국기업 유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정책을 도입했으며, 지금은 프리존이 두바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KOTRA 두바이사무소 최규철씨도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과감한 정책과 함께 연간 30차례가 넘는 국제박람회 등을 통해 두바이가 중동의 허브로 부상했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일관된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진 중인 공사만 200조원　

오늘날 두바이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건설이다. 수천 억원 규모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눈만 뜨면 매일 발표되고 있다. 아파트 등 주거지역은 물론 레저와 위락단지 건설이 대부분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세이크 자이드 대로 주변은 고층 빌딩 건축으로 한창이다.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삼성물산이 건축 중인 ‘버즈 두바이’. 2008년말 완공되면 세계 최고 높이 빌딩으로 기록된다. 현재 84층까지 지었으며, 3일에 한 층씩 올라가고 있다. 우리 지역의 성원건설도 고급 주상복합 190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한데 이어 두바이 자다프에 아랍 전통양식의 상가 개발에 들어갔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4개의 인공 섬을 조성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는 ‘팜 아일랜드(야자수 섬)’와 ‘두바이 랜드’ 사업이다. 두바이 국영 건설회사 ‘알 낙힐’사가 2007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팜 아일랜드(5,000만 ㎡)는 주메이라 팜섬, 제베알리 팜섬, 데이라 팜섬, 세계지도 섬 등 4개의 인공 섬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고급빌라와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비롯해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선다. 팜 주메이라에는 올해 안으로 1차 완공 주택 1,400가구를 포함해 앞으로 60개의 호텔과 아파트 5,000가구, 테마공원, 쇼핑센터, 스포츠 및 레저시설이 입주한다. 야자수 잎모양으로 건설된 이 섬의 해변 길이만 76㎞에 달해 세계적인 명소로 부각이 예상된다. 　

두바이 남동쪽 사막에 건설 중인 두바이 랜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중 가장 크다. 위락체험·상가 및 위락시설·테마 레저 및 휴양·생태관광·스포츠 및 야외활동·다운타운 등 6개 테마로 건설 중이다. 여기에는 국제 규격의 실내경기장 3개를 비롯해 스키장, 호텔 50개, 세계 최대의 쇼핑몰, 자동차 경기장 등이 들어선다. 두바이 랜드는 미국 디즈니월드 2배 크기이다. 두바이 정부는 이들 위락 및 관광단지를 통해 2018년까지 연간 1억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 고갈에 대비해 관광산업을 대체산업으로 육성하고자 2005년 착공한 이들 사업이 완료될 경우 두바이는 또 한번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직 관료 아비씨는 “두바이 랜드를 포함해 사막을 가로지르는 인공운하, 해양관광레저단지 등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40여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공사 규모만 2,000억 달러(한화 200조원)에 달하는 건설 산업이 두바이 경제의 근간이 되고있다. 이는 관광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새만금 간척용지 토지이용계획안 무얼 담았나] 　

국토연구원·농어촌연구원 등 5개 연구기관은 17일 새만금 간척용지(1억2,000만평)의 71.6%는 농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산업용지와 관광용지 등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새만금 간척용지의 토지이용계획 수립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농업용지(71.6%), 산업용지(6.6%), 관광용지(9.9%) 등 복합단지로 활용하되, 관광용지에는 6~8개의 골프장(150만평)과 테마파크(150만평)를 건설한다. 또 유니버셜 스튜디오, 워터파크는 물론 일정 기간 머물면서 보양과 치료를 해 주는 케어센터, 고급펜션 및 콘도 등 휴양숙박 시설, 국제 수준의 컨벤션 센터도 계획돼 있다. 용역 안은 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동진강 유역은 농지로, 만경강 유역은 수질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해수를 유통시킨 뒤 2020년(1단계)~2030(2단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해수를 차단하고 담수호를 조성해 농지를 개발하자는 농림부안과 상시 해수유통을 통해 생태형 관광지구로 개발하자는 환경단체의 안을 절충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 용역 안을 토대로 공청회를 거쳐 내년 2월까지는 새만금 토지이용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용역 안은 새만금 사업이 당초 매립 허가안대로 농지로만 활용될 경우 경제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써 새만금 내부개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 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사진= 조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