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커버] 80년대 '군산 이태원'서 한물간 동네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6.02.23 14:21

먼지 날리는 황량한 골목과 굳게 닫힌 업소, 드문드문 멈춰선 승용차….

지난 22일 기자가 찾은 아메리카타운(일명 에이타운)은 도무지 유흥가라고는 여겨지지 않을만큼 을씨년스러웠다. 바람이 강하게 분 탓도, 또 영업을 시작하기엔 다소 이른 시간인 탓도 있었지만 예전 ‘군산의 이태원’으로 불리며 밤이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넘치는 미군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영광’은 흔적으로만 찾을 수 있었다.

군산 산북동 505-19.

군산공항을 향해 뻗은 4차선 도로를 달리다 야트막한 능선 아래 허름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 눈에 잡힌다. 일명 ‘에이타운’으로 불리는 아메리카타운이다. 1969년 당시 군산에 주둔하던 미군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정부가 설립을 승인한 ‘미군전용 휴식처’다. 미공군 기지로부터 4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소위 ‘한물 간’ 동네지만 한때는 풍요와 신문물의 상징적 존재처럼 여겨지던 마을이었다.

‘AMERICA TAWN’이라는 반원형 철제 간판이 서있는 입구를 지나면 낮게 둘러쳐진 울타리 안의 만평 남짓한 공간에 19곳의 외국인 전용 클럽과 30여곳의 일반 상가, 그리고 175가구의 주택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클럽 4곳은 현재 휴업중이고, 주택의 절반은 비어있는 상태다.

타운에는 3년 전만해도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계 미녀 무용수들이 클럽마다 10~20명씩 있었으나, 성매매 등 각종 사회문제로 이들에 대한 비자가 전면 발급중단되면서 필리핀계 여성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가장 호황을 누리던 70~80년대 이곳에는 평일에도 500~600명의 미군과 군속들이 드나들면서 달러를 뿌려댔지만, 80년대 후반 미군감축 등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 직후 미군의 외출 규제 강화와 러시아계 무용수들의 퇴장, 국내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미군은 물론 내국인 손님조차 급감하면서 끝모를 침체의 길을 걷는다.

계속되는 불황을 견디지 못한 업주들이 타운을 떠나면서 업소의 주인들도 많이 바뀌었다.

이 곳에서 8년째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곽춘식씨(53)는 “뉴욕 테러참사 직후 미군들의 외출통제가 강화되면서 타운내 모든 상가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당시 많은 업주들이 이 곳과 등을 돌렸다”고 증언했다.

추락을 거듭하던 아메리카타운의 경기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평일엔 여전히 미군들의 발길이 뜸하지만 주말과 휴일엔 100~200명의 미군들이 이 곳을 찾는다는 것.

곽씨는 “생존권 수호를 위해 타운내 업주들이 시설개선 등 부단한 노력을 벌인 결과 미군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70~80년대와 같은 호황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종업원 월급과 업주들의 생계비 정도만이라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카타운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 곳은 현재 ‘옥구아메리카타운’이라는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업소의 소유권은 업주 개인에게 있는 복잡한 구조다. 이곳 상인들은 이렇게 복잡한 소유구조가 타운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즉 낡은 시설과 건물을 증개축하려해도 복잡한 운영구조 때문에 여의치 않다는 것. 상인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종성기자 jau@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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