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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물·썰물 읽는 전통 기법 '물때지식' 무형유산 된다

곰소만 ‘물이 하루에 두 번 들고 썬다’
물때달력이나 스마트폰 앱 통해 활용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2월 01일 07시59분

'물때지식'은 밀물과 썰물로 발생하는 바닷물의 주기적인 변화를 인식하는 전통적 지식체계로, 지구에 대한 태양과 달의 인력 때문에 발생하는 조수간만(潮水干滿)에 따라 변화하는 조류의 일정한 주기를 역법(曆法)화 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안군 곰소만 어민들은 조수의 변화를 ‘물이 하루에 두 번 들고 썬다’고 표현한다. 이는 바닷물의 움직임이 하루의 관점에서 밀물과 썰물로 일차적으로 지각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밀물과 썰물의 주기를 읽는 전통적 지식체계인 '물때지식'이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28일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의 세시 민속은 여타 지역과 대동소이하다. 세시 민속의 기반이 농경 세시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촌 지역은 통상적인 세시 민속과 다를 수밖에 없다. 생업의 기반이 조석이라는 물때와 어로에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雉島里)는 마을 뒷산이 마치 꿩의 모양과 같다고 해서 ‘꿩 치(雉)’ 자를 접두어로 붙여 만든 지명이다. 치도리는 위도에서 파시가 가장 먼저 열렸던 곳이다. 치도리 해안이 치도리 당집 아래부터 대리로 가는 모퉁이까지 이어지는데, 위도에서는 가장 넓은 갯벌(장불)이 펼쳐져서 파시가 서면 각지에서 몰려든 배들로 북적였다. 파장금은 치도리에 비해 해안은 협소하지만 수심이 깊어 물때와 관계없이 배들이 드나들 수 있어 포구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부안 변산 요트 경기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200m 가량 이동하면 개섬이 나타난다. 개섬은 궁항마을 앞바다에 붙어 있는 작은 섬으로 활촉 모양으로 되어 있다. 궁항마을에서 썰물이 되면 개섬으로 들어가는 시멘트 포장길이 열린다. 간혹 낚시객이 물때를 못 맞춰 고립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위도면엔 고기를 잡을 때 그물을 끌어올리면서 부르는 노동요 '술비 소리'가 전한다. 이는 바다에 내려놓았던 그물을 잡아당겨 배에 실을 때나 고기를 가래로 퍼 올릴 때 부르던 어업 노동요이다. 이를 '그물 당기는 소리'라고도 한다. 대리 마을에서는 그물을 실을 때도, 굿을 치면서도 '술비 소리'를 불렀다. '[앞소리] 위도는 ‘칠산 바다’라고 부르는 당시 최고의 조기 황금 어장을 끼고 있다. - 돛을 달고서/ 노를 저으며/ 칠산 바다로/ 돈 벌러 가세 [앞소리] 칠산 바다에 당도하면 물때에 맞춰 닻을 내리고 그물을 내려야 한다. - 닻을 내리고/ 노를 내리고/ 그물을 넣어라/ 어화 술비야(하략)'

농촌 마을에서 행하는 ‘올기심리’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부안 지역의 세시 민속이나 어로 신앙은 나날이 퇴색하고 있다. 현대의 농법이 기존의 절기와 맞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농촌이나 어촌이나 간에 농기구나 어선 장비의 첨단 기계화, 기성 종교의 확산, 도시화된 가옥 구조 등이 주요한 원인 같다.

물때지식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명칭이 기록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고, 해양문화와 민속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기여한다. 현재도 물때달력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수에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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