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광복 80년의 영욕(榮辱)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26일 15시42분

2025년은 광복 8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역사는 아픔의 상처나 영광의 행복한 추억을 더듬어가는 과거의 기억을 말해준다. 일본은 대한제국 왕가의 권력다툼의 틈새를 이용하여 1905년부터 야수의 손을 뻗쳐왔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으로 식민지배를 벗어난 광복절은 ‘주권을 회복한 날’이다. 1949년 10월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광복절'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3·1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이 되었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을 계기로 광복 후 한국은 남북으로 나뉘어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으며, 이후, 깊어진 이념의 차이는 결국 6·25전쟁으로 이어져 지금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1910년 8월 29일부터 시작한 일본의 식민통치는 우리의 산업구조와 국민의 삶을 파탄시켰다. 농촌은 일본의 식량 공급지가 되었으며, 2％의 지주가 전 토지의 60％를 차지했다. 호남지방의 농토 상당 부분은 일본인의 손에 들어갔으며, 농민 70％ 이상이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일제는 우리말 말살정책과 문화통치를 내걸어 민족을 분열시켰으며, 대륙침략의 병참기지로 설정해 조선 내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강제로 끌어내 전시 총동원 체제를 구축했고, 내선일체·황국신민화의 구호 아래 1940년의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등을 강요하며 한민족의 정신을 지워 갔다. 8·15해방 직전까지 징용·징병 등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연행된 조선인은 480여만 명에 달했다.

1945년 2월 얄타 회담에서는 미국이 신탁통치를 주장했으나,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1945년 8월 6일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자, 미국은 한반도 전체가 소련의 군사점령을 우려해 38선 분할안을 제기해 트루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맥아더 명의로 공포되었다. 이후 미군정으로 남한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재편되었다. 1946년 3월 서울에서 열린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이승만은 그해 6월 3일 전북 정읍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해. 1948년 5월 10일에 실시한 총선거로 이승만이 이끄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1950년에 일어난 3년여의 골육상쟁으로 한국은 기반시설의 80%가 파괴되었으며, 당시 맥아더 사령관은 처참한 한국의 상황을 재건하는데,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자원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1960년대 한국은 ‘보릿고개’가 있을 만큼 식량 부족국가로 GDP는 67달러였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시작한 건, 1961년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때부터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해서 5,000만 달러와 베트남전 특수로 미국으로부터 50억 달러를 확보해서 경제발전에 필요한 종잣돈으로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시작했는데, 그 기반은 가발, 섬유 봉제, 같은 노동 집약형 경공업이었다. 해외파견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끈 경제발전의 역사다. 1, 2차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방위산업개발과 철강, 조선, 전자, 기계, 화학, 건설을 육성했다. 이어 중동지역건설로 국산 자동차 포니가 탄생했고(*현대자동차-1975.12), 이후 조선업과 석유정제기술은 세계 1위를 겨루고 있다. 1980년대는 저유가, 저금리, 저환율, 3저의 호황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어 24회 88올림픽을 개최했다.

1996년에 차입투자경영 반도체 시장의 악화는 외환위기를 불러 마침내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을 당했다. 온 국민이 단합한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난 극복에 앞장서 구제금융을 2001년, 짧은 시간에 상환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나라를 잃은 슬픔도 겪었고(*1910년 8월 29일-국치일),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칼을 맞댔던 불행하고도 참혹한 전쟁을(*1950.6.25~1953.7.17.) 극복해내면서 부지런하고 강한 민족성으로 다시 일어난 영욕의 80년 세월, 지금은 세계 250여 나라 중에서 상위 10위권으로 진입한 어느 선진국도 부럽지 않게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김형중(前.원광보건대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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