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과정이 빚는 예술

[책마주보기]에릭 부스의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이지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6월 08일 14시18분

흔히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전문가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적용하는 기예가 누구나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들로서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빛나는 예술 작품 뒤에는 예술가의 고뇌와 성찰, 수도자 같은 훈련의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언급한다. 결과를 향해가는 과정이 곧 예술의 의미 구현이라는 것이다.

에릭 부스는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예술 작품을 통해 신비한 진리를 맛볼 수 있고, 잃어버린 예술적 능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평범한 일상과 명작이라 불리는 예술 작품의 닮은 점을 찾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발견하는 데 의미를 둠으로써 삶의 풍요와 미적 가치를 인양하라는 것이다. 예술이 유리된 봉우리에 있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의 타고난 잠재력과 호기심, 예술적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컨대 거실 한쪽에 걸려 있지만 시선을 주지 않는 그림처럼 “소유하고 있지만 추구하지는 않”는 마음가짐을 경계하고, 일상의 곳곳에 감추어진 예술에 관심 가질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그는 일상을 위대한 걸작으로 만드는 예술가들의 창조 행위 과정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열망, 관찰, 비유, 문제의 재구성, 적극적인 참여가 그것이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예술가처럼 일상을 깊이 탐구한다면 프란츠 카프카의 말대로 세상이 기꺼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예술 역시 노력의 과정이 빚어내듯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창조적인 예술 행위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글머리에서 맡겨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한 아버지를 예술가라 칭한 것은 삶 또한 과정이라는 가치의 관점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예술적 사유로 전환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창조의 눈으로 현상을 다양하게 바라볼 것이며, 당면한 문제를 더욱 올바르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물과 교감하며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경험으로 일상을 충만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예술의 진정성이자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은 박물관에 전시된 고가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기에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의 비밀을 터득한 예술가들의 삶을 탐구하고, 그 기술을 일상의 삶 속에서 습관화하라는 에릭 부스의 전언은 확고하다.

예술은 이기적이지 않으며 작품으로 태어나는 순간 세상을 향해 있다. 그러므로 예술은 세상을 읽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창조적 행위를 거듭하는 과정이 예술의 결과물로 이어지고 그것이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것이다. 에릭 부스가 일상의 매혹적인 상상과 순간적인 몰입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하면 누구나 과정으로써의 예술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삶 또한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다. 격변하는 이 시대, 삶 속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에릭 부스의 안내를 받아봄 직하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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