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컵라면 끼니 끝’ 전북 소방관 밥상 바뀐다

전북소방, 소방서 8곳에 집단급식소 도입
밥값 지원 2배↑, 영양사·조리사 배치로 든든하게

기사 작성: 김상훈 - 2025년 03월 24일 15시12분

△24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전주 완산소방서를 찾아 급식 운영 현황을 점검과 배식활동을 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3월부터 도내 8개 소방서에 조리사를 배치하고 급식환경을 개선했다./이희철 기자

전북 소방관 식사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 ‘한 끼 3,000원대’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진 지 6개월여 만에, 전북도는 주요 소방서에 집단급식소를 도입하고 식단 수준을 전면 개편했다.

24일 전북도소방본부는 이달부터 전주완산·덕진,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 완주 등 8개 소방서 직할 119안전센터에서 집단급식소 운영을 시작했다.

각 급식소에는 영양사 1명과 조리사 2명이 배치돼 체계적인 식단과 위생 관리를 전담한다. 그동안은 직원들의 식비 갹출로 식재료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구조였으나, 이번부터는 위탁용역 방식으로 전환돼 인건비 부담도 사라졌다.

급식 단가는 종전 3,920원에서 8,280원으로 두 배 넘게 인상됐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북 소방서 한 끼 식사비가 편의점 도시락보다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지역 간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현장 대원의 사기 저하 우려도 컸다. 당시 전국 표본 조사에서 전북은 세 번째로 낮은 급식 단가를 기록했다.

소방공무원의 부실 급식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2015년 부산 한 화재 현장에서, 그을음을 뒤집어쓴 소방관들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사고 현장에서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는 건 소방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그 외 시간에도 제대로 된 식사를 보장받지 못했던 구조 자체였다. 지난해 전북의 한 끼 식사 단가가 3,000원대에 그친 사실이 알려지자, “소방관 밥상이 컵라면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개선 조치는 2021년 조례 제정 이후 3년 만에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말까지 급식환경 실태를 조사하고, 원가심사와 위탁 계약을 거쳐 이달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식단 기준은 일반 성인 남성 권장 섭취량의 1.2배 수준으로 구성되며,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 신고 절차도 모두 완료됐다.

전북도는 향후 급식소 미설치 지역으로의 확대도 예고했다. 현재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7개 군 단위 소방서에는 집단급식소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41개 외곽센터와 46개 지역대는 주·부식비 지원 등을 포함한 점진적 개선을 검토 중이다.

전북도는 “식사 만족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현장 요구를 반영하고, 24시간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안정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단계적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완산소방서를 직접 찾아 현장 대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급식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김 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현장에서 최고의 대응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간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한 만큼, 더 많은 대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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