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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길목] 봄 그리고 제비

“온갖 생명 약동하는 봄을 외면하기 어려워
봄이 오면 또 기다려지는 건 제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4월 07일 12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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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봄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아무리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도 온갖 생명 약동하는 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 그리고 봄 오면 또 기다려지는 건 제비다.



흥부 이야기에서처럼 보물 주렁주렁 열릴 박씨 물고 올 걸 기다려서일까? 해충 잡아줄 거란 기대 때문이었을까? 제비는 지저귀는 소리만 들어도 활기 돋우게 하였다.

제비는 그 모습부터 사람 눈 사로잡기 충분. 날씬한 몸매 균형 잡혔고 또렸한 눈매와 흑색 날개는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 서양인들 연회 때 귀부인들은 화려한 드레스로 아름다움 뽐내지만 신사들은 제비 꼬리 닮은 연미복 차려입는다. 만능 재주 자랑하려는 마술사도 대개 연미복 입고 출연. 이런 유명세 덕분에 ‘제비족’이란 단어 탄생앴는지 모르겠다.



제비는 주먹만 하지만 나는 속도는 어느 새보다 빠르다. 또 사람 집에 거침없이 들어와 식구처럼 함께 살았다.

자기 살 자리 집주인에게 허락 받지 않지만 거치적거리지 않는 적당한 곳에 집 지어 말썽 일으키지도 않았다. 중국 바위 해안에 사는 제비 해초 물어다 침 섞어 집 짓는데 이게 최고급 요리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제비 전주에서 자취 감추고 말았다. 언제부터 그 모습 사라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요즘 출생한 도시 아이들은 원래부터 제비가 없는 곳에 태어난 줄 알게 되었다. 산업시설 급격 늘어나고 도시가 확대되어 늘 같이 지낼 줄 알았던 제비들이 생활환경 맞지 않는 도시 슬그머니 떠나버린 것. 제비 나타나지 않는 곳은 전주만 아니다. 도시일수록 제비 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다 이젠 깊은 시골 마을이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야 그 모습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서 자취 감춘 건 제비만 아니다. 공작새, 꾀꼬리 구경하기도 힘들게 되었고, 그 흔하던 참새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 아이들은 매미가 낮에만 울던 곤충이란 사실도 전혀 모를 것. 기억으론 1980 년대 초만 하여도 남고사근처 하숙집에서 낮에만 매미 소리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낮에만 울던 매미들이 대낮보다 휘황하게 된 전등 빛 태양으로 착각했는지 밤 지새우며 사랑의 노래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그 시기 확실 모른다. 하기야 제비가 도시인 눈에서 사라진 것이나 매미가 밤 새우며 사랑 나누는 일 우리와 무슨 관계 있으랴, 그리고 그까짓 장수풍뎅이나 세똥구리가 멸종되어간다고 무슨 대수일까? 도시인들은 하루 일과 담당하기에도 어깨가 무겁지 않은가.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자연보호운동가들이나 생물학자들에게나 문제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 하도 급변하여 이전엔 한 세기 즉 100 년 두고 달라지던 양상 불과 몇 년 사이에 완전 변하고 있다. 그래서 ‘산천 이 유구하다’던 시인 길재 말이나, 자연은 불변하리라던 생각도 고쳐먹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불교에선 환생이란 말 있다. 부처님께서 곤충 탈바꿈 보시고 말씀하신 것일까? 사람이 사는 동안 업을 이루른 데쓰지 극락세계에 들게 되기도 하지만 축생으로도 다시 태어난다는 말씀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개로 환생하게 되었다고 믿는 걸 본 적 있다. 그 사람 유기견 만나면 아버지 공경하듯 정성으로 그 개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 마련해 주었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만 분석하면 칼슘, 철, 인 등 20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호랑이 몸에 들어 있던 원료가 사람에게 옮겨오고, 인체를 구성했던 물질이 개나 소로 바뀌어 형성된다 하여 크게 놀랄 일 아니다. 또 이러한 믿음으로 모든 생태계를 자기의 분신이나 조상의 존재로 생각한다면 자연보호는 교육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



어렸을 때 동네에서 자식 잃고 슬픔에 빠진 한 어머니가 있었다. 어느 무속인이 어린 영혼의 극락환생 위하여 큰 그릇 밑에 등잔 같은 걸 밝히고 그 위에다 젖은 창호지 덮은 다음 주문 외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창호지에 제비 날개와 같은 검은 그을음 나타났다. 무속인은 영혼이 제비로 환생하여 극락에 가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때 모습 하도 신기해 지금까지 기억 생생하다.



부친께선 마음 모질지 못하셨다. 아니 바보 취급 받을 만큼 착하셨다. 허기진 사람에겐 받았던 밥도 내주셨고, 빚에 허덕이는 사람에겐 빚보증까지 서셨다. 머리 차차 커짐에 따라 아버지에게 반발하였으나 소용없는 일. “제가 지은 업 제가 받게 되는 법이야, 맞은 사람은 다리 펴고 자지만 때린 사람은 불안해 깊은 잠 모 자게 된단말이야” 스님의 선문답같은 아버지 말씀에 기 막혔다. 그러나 내게 이러한 아버지 계셔서 세상 경험 누구보다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2013 년 정초에 아버지 돌아가시게 되자 고아 된 것보다 더 큰 충격 받았다. 안방에서 이불 쓰고 대성통곡 하였다. 그런데 그해 어버이날 시골마을 걷다 제비 소리 들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시골집 골목길 걷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왜 모자에 제비똥 있냐?” 하였다. 제비 똥은 똥자루가 커서 잘 구분 된다는 것. 그 제비가 싸고 간 똥 분명했다. 아버님께서 정말 제비로 환생하시게 된 것처럼 기분 들떴다. 그리고 이게 아버님 영혼이 마지막으로 제비를 본 내게 남긴 증표로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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