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포커스] 아이울음소리에 희망을 쏘다, 고창 귀향 대한성공회 윤정현 신부

기사 작성: 안병철 - 2020년 08월 19일 14시38분

“다석 유영모 철학사상을 실천하면서 고창의 희망을 노래한다”

1976년 국가보안법으로 투옥에 이어 1985년 성공회 대성당 결혼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세상을 뒤흔든 고창군 아산 봉덕마을 출신 윤정현(66. 부부사진) 신부는 5년전 귀향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노자의 무위자연과 도덕경 사상을 ‘옛글 읽기’ 독서동아리를 통해 소통하는 등 고창의 ‘길 위의 인문학’을 빛내고 있다.

김성숙 도서관 팀장은 “회원들의 독서를 지도하며 고창인문학을 발전시키고 있다”라고 평했다.

윤 신부는 사회변혁운동과 함께 신앙의 길을 올 곧게 걸으며 마침내 정년퇴임, 이후 소외계층과 모든 종교인들을 위한 영성공동체를 만들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그 결과 아내의 도움으로 성매매여성 미혼모로부터 신상아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는 등 생명운동을 몸소 실천한 것.

아산면 반암마을에 자리 잡은 윤 신부는 청빈을 상징하는 농막 외에 헌 주택을 임대해 생후 6개월 된 ‘우주’와 10살 ‘자민이’ 8살 ‘사랑이’ 등 어린이 5명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는 “고귀한 생명이 꽃을 피우도록 자연과 사랑을 심어 주겠다”며 “적막했던 동내가 아이 웃음소리와 뛰노는 어린이들로부터 생기가 되살아나며 바로 천국완성 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직자로써 자연으로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 온 윤 신부는 고창중고 20회, 50회 졸업생으로 민주화운동 시기에 전국적인 계몽활동과 국내외 종교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겨 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그동안 민주화 집회와 전교조 지원, 인권운동, 영성훈련 등의 경험을 살려 ‘신선이 놀러 온’ 반암마을에서 하늘의 뜻을 완성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만평 대지에 자율공동체를 구성해 통나무 오두막 설치와 농생명문화를 실천하는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문화, 다종교를 아우르는 하늘 농사로 승화시킨다는 것.

그는 다석 유영모(1890~1981)선생의 동서양 철학과 동양적 신학연구, 그리고 석박사 학위 제목였던 ‘없이 계시는 하느님’의 정신세계를 실천하고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인생들이 영과 육을 구분할 줄 알고 유불선 삼도와 그리스도 구원역사를 깨달아 선과 평화의 세계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는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찌니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50세에 해혼까지 선포하며 올곧은 신앙의 길을 걷는 윤 신부에게는 ‘자립지지공동체’ 대표를 맡으며 한 살 아래인 김미령(사진) 아내의 내조도 한 몫 한다.

이들은 1985년 베다교회 전도사로써 그리고 아내는 상계동 빈민지역 야학교 교사로써 만나 결혼하고 영화제작자가 꿈인 윤근 아들과 가정을 이뤘다.

아내 김 대표는 부안읍 동죽리 출생으로 간호사 출신의 신여성 어머니 영향으로 남편과 같은 연세대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뒤 성매매여성을 구출하기 위한 쉼터를 20년 이상 운영해 33번째 신생아를 품에 안고 ‘만인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도 개인이 평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협력하는 사회건설인 ‘최후의 아나키스트 김미경’을 꿈꾸며 그늘진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고창=안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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