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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인생의 바퀴

정성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7월 30일 14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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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감하고 맞이한 휴일이라 여유로운 시간이다. 나의 직장생활은 항상 매월 말일이 되면 마감해야 하며 늘 선의의 경쟁 속에서 순위를 겨룬다. 한 달이 지나면 마감하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또 경쟁의 연속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돌면서도 더 높은 이상을 향하여 그 때 그 때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을 향한 인생살이의 경쟁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삶 속에서 동그란 바퀴처럼 순조롭게 거침없이 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며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다. 이를 정서적으로 말하면 희망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하 든, 시작은 누구나 부푼 꿈을 갖기 마련이다. 한 주, 한 달, 1년이란 기간이 정해져 있어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갖게 하며 용기와 도전으로 다시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더위를 달래려고 얼음을 동동 띄운 시원한 냉커피를 탔다. 종종 마시는 냉커피지만 마음이 여유로워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달콤하고 시원하여 묵은 체증을 쑥 밀어내는 듯하다. 긴 장마 속에서도 잠시 구름 사이로 햇볕이 쨍한 틈을 타고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의 노랫소리는 모처럼 얻은 여유를 더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음악이 없어도 자연의 노래에 취해 커피의 진한 향은 코와 혀는 물론 가슴까지도 자극을 한다.

경적을 울리며 시끄럽게 골목을 빠져나가는 경운기 소리도 경쾌하게 들리는 여유 만만한 시간, 여기까지 살아온 내 자신의 지난날들을 한 번쯤 돌아봄도 좋겠다. 내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일까?

제2의 인생이라는 결혼, 낳아서 키워 준 부모님 곁을 떠나 아름다운 꿈만을 생각하며 시작했던 신혼생활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평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계곡도 있었고 거친 강물도 있었다. 바퀴가 고장 난 수레처럼 찌그러져 힘들게 끌어도 굴러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38년이란 세월의 강을 건너오면서 때로는 두려움과 망설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슬기롭게 건널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그래도 힘든 날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 마음이 한편 뿌듯하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화가 날 때도 있어?”

나라고 어찌 웃을 수 있는 좋은 일만 있고 화나는 일, 짜증나는 일이 없었겠는가. 너그럽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타고난 활달한 성격도 있겠지만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는 듯하다. 이해하고 다독이며 나의 이익보다는 상대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너그럽게 배려하며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하면서 말이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철이 없었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일이 어찌 한두 번뿐이겠는가. 순진하기만 했던 청순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세월이 흐르면서 빛바랜 누런 사진처럼 여렸던 마음은 사라지고 아주 억세어졌다. 내 것보다는 남의 것이 커 보여 늘 마음만 바쁘게 살아왔다. 현실에 맞게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잊은 채 정신없이 위를 바라보며 달렸다. 가끔은 아래도 바라보며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거늘, 시선은 늘 위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니 항상 마음이 바쁠 수밖에…….

결혼 후, 여러 해 동안 남편의 말에 순종하며 따르던 태도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갔다. 내 주장이 강해졌다. 듬직하게 믿어주고 지켜준 남편이 버팀목이었음을 잊고 목소리는 높아지고 기세가 당당해졌다. 자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느 날, 매일 보는 거울 앞에서 문득 발견한 깊게 파인 주름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하루를 우울해 한 적도 있다.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사람에게도 얼굴에 나이테가 그려지는 것을……. 벌써 큰딸은 서른 중반을 넘고 있다. 막내딸도 서른 살을 넘어 아기엄마가 되었다. 그런데도 나이가 나 혼자만 늘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꽃다운 아가씨 시절, 나는 늘 상냥하고 활달하였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다. 그런데 마음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딸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대리만족하려는 욕심으로 내 생각을 강요했었다. 그래도 적응을 잘하고 따라 준 딸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육십이 넘었으니 내 인생의 3분의2는 족히 넘게 살아온 것 같다. 남은 인생도 최선을 다하며 더욱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찌그러진 바퀴도 동그랗게 고쳐가며 지금까지 순탄하게 왔듯이 앞으로 남은 인생 모나지 않은 동그란 바퀴만 있었으면 한다. 지난날 어리석었던 것은 버리고 부족한 것은 노력으로 채우고 과한 욕심을 비우며 살아야겠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고 멋지게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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