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년05월19일 10:14 Sing up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삶의 향기]공감적 이해의 작은 출발, 투명마스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11월 25일 13시48분

IMG
/손시은(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얼마 전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영화를 보았다. ‘코다’란 청각 장애가 있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말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주인공 루비의 부모와 오빠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음성언어와 수어가 모두 가능한 루비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다리다. 루비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빠, 오빠와 고기잡이를 하고, 씻을 겨를도 없이 학교로 등교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한 고기잡이부터 고깃값 흥정은 물론, 아빠의 병원 진료에 이르기까지 루비는 가족과 세상의 연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가족들은 그런 루비를 당연히 여기고, 어릴 적부터 가족의 귀와 입의 역할을 전담해온 루비 역시 자신의 꿈보다는 그렇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에 익숙하다.

그런데 평소 노래를 좋아하던 루비가 합창단에 들어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음악 공부에 빠져들게 되면서 루비의 전적인 희생과 봉사 아래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어 온 가족의 안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코다’는 루비의 노래에 대한 열정이 가족들의 공감을 이끌어 냄으로써, 루비에게 의존했던 가족들이 루비라는 매개 없이 직접 세상과 맞닥뜨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직시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홀로서기를 통해 루비의 가족은 한층 더 성장하고 더욱 두터운 가족애를 쌓아간다.

루비의 가족으로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출연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장되지 않은 담백하고 진솔한 연기가 호소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루비와 마일스와 듀엣곡을 부를 때 음악 소리가 뚝 끊기는 장면이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공연에 감동하여 박수 치고 눈물 흘리는 관객들의 모습만 화면에 나타난다. 조금이나마 농인들의 현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연출이다. 이 배려 깊은 장면에서 받은 감동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빠가 루비에게 공연 때 부른 노래를 자신에게 다시 불러달라고 하고, 노래하는 입 모양을 보면서 루비의 목에 손을 대고 목의 울림을 느끼는 장면에서 기어이 눈물샘을 터뜨린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영어 단어 ‘understand’는 ‘밑(낮은 곳)’에 ‘선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밑에 서야 이면의 깊은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칼 로저스는 말한 ‘공감적 이해’다. 위에서만 내려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과 관념적 이해에 머물게 된다. 상대의 마음이나 감정이나 자신의 것처럼 미루어 추체험하는 태도야말로 긍정적인 관계 촉진에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외가 깊어지는 오늘날에는 공감적 이해의 의미를 더욱 되새길 필요가 있다.

스트릿우먼파이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청각장애인 댄서와 팀원들 간의 모습은 공감적 이해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작은 배려를 통해 실천되고 공동체의 아름다운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최근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들, 대면 서비스직 종사자, 교강사 등을 중심으로 투명마스크 착용이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입 부분을 투명하게 해서 입 모양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을 고려한 것이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상대의 입 모양과 표정을 보고 의미를 이해하기 때문에 투명마스크는 소통상의 어려움과 사회적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투명마스크가 영유아기 언어발달지체 문제를 개선하고,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의사 전달력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성원들의 공감적 이해, 보편복지 차원에서 정부와 행정 당국의 돌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안전한 투명마스크가 보급되어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예쁜 웃음꽃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대구의 어느 청각 장애인이 쓴 시를 함께 나눈다.

아들이/손자가/웃고 있다/크게 입 벌리고/웃고 있다/어떤 소리일까/산보다 큰 소리일까/꽃보다 예쁜 소리일까/듣고 싶다/웃음소리.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