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데스크의 눈] 여름에 즐길 축제를 만들어라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29일 09시23분

‘2025 임실 아쿠아 페스티벌’이 치즈테마파크 장미원 이벤트 광장에서 26일 시작,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초대형 돔이 설치돼 그늘 아래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물놀이 체험 콘텐츠는 물론 음악 공연과 이색 이벤트도 함께 선보인다. 높이 10ｍ, 길이 50ｍ에 달하는 초대형 워터슬라이드를 비롯해 대형 풀, 중형 풀, 유아 풀, 중형 슬라이드 등 다양한 크기의 풀장이 마련됐다. 또한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에어컨 쉼터, 몽골 텐트, 파라솔, 캠핑 텐트 등 그늘 쉼터와 샤워실, 먹거리 부스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주말에는 어린이 DJ 파티와 K-팝 공연 등이 열려 축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겐 ‘의관정제(衣冠整齊)’라는 말이 있다. 의관정제란 “격식을 갖추어 두루마기나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옷 매무시를 바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본 예의였기에 선비는 모름지기 아무리 더워도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럼 선비들은 어떻게 여름을 났을까? 책을 늘 가까이하는 선비들은 평상시엔 솔바람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피서였다. 그리곤 가끔 계곡에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이란 걸 하기도 했다.

선비들이 집 밖에서 속살을 노출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하의 염천에 기껏 피서라는 것이 바짓가랑이를 살짝 걷어 올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이 고작이었다. 물가에서 대놓고 등짝에 물을 들이 붓는 등목은 갓 쓴 양반들에게는 금기나 다름없었다. 웃통을 벗고 '푸, 푸'하며 몸을 씻는 것은 아랫것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다. 탁족도 그냥 몸을 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신수양 차원에 하는 것이라 했다. 탁족은 발바닥에 신경이 집중돼 있어서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데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탁족의 어원 자체도 맹자의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에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滄之水淸兮可以濯吾纓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선비들도 산행을 좋아했다. 남명 조식선생은 1558년 여름날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 여행을 떠났다. 조식의 산행은 지리산 곳곳의 유적들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하며, 세금이 무거워 백성이 고통을 받는 현실을 기록하는 여행이었다. 지리산 산행은 자신이 선비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재충전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또 추사 김정희는 7월 뜨거운 여름날 북한산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탁본했는데 여름 무더위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정신이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또 양반이면서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돕기도 했다. 이열치열의 한 가지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선비들의 과감한 피서법도 있었다고 전한다. 선비들은 몸을 드러내지 않다보니 여름에 몸에 염증으로 고생하는 이가 많았는데 염증을 예방하거나 낫게 하기 위한 거풍(擧風 밀폐된 곳에 두었던 것을 바람을 쐬는 것)의 풍습이 있었다. 동국세시기에는 남자들이 더운 여름 산에 올라가 상투를 풀어헤친 채 옷을 벗고, 한껏 시원한 바람을 쐬어 천지에 충만한 기운을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풍속을 '풍즐거풍(風櫛擧風)'이라 했다. 에어컨, 선풍기도 없던 시절 더위를 잊기 위한 선비들의 피서법은 다산 정약용의 시문집에도 나타나 있다. 다산은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소나무 단(壇)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구경 △동쪽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 등의 8가지 피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달밤 발 씻기 외에는 모두 억지로 더위를 잊기 위한 몸놀림으로 보인다.

황제내경의 계절 양생법에는 '여름에는 땀을 흘려라, 그렇지 않으면 심장에 병을 얻기 쉽다'고 했다. 울창한 여름의 기운을 따라서 부지런히 활동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덥고 지친다고 너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두고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으면 몸에도 좋지 않다는 얘기다.

오늘은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이다. 요즘같은 전력난에 마음으로 더위를 물리치는 옛 선비의 여름나기를 본받는 것도 좋을듯 하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물놀이와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진 임실 아쿠아 페스티벌이 전국의 가족 단위 관광객 여러분께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길 바란다. 지금, 여름에 즐길 축제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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