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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우리들의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24일 14시51분

우리 곁엔 24시간 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응급실을 선택하고 싶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심한 출혈, 복통, 경련, 발열, 외상 등 다양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밤낮없이 응급실을 찾는다. 이들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신속한 진료를 원한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은 때로는 언성을 높이는 갈등으로, 심지어는 언어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응급실에 근무한다는 것은 신체적 · 정신적으로 힘듦이 많아 기피 부서 중의 하나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것도 벅차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반복되는 폭언과 위협이다. 의료 시스템에 따른 불가피한 진료 지연을 설명하여 보지만 진료 지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폭언과 고성을 쏟아내게 된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채 외상을 입고 온 경우 즉각적인 봉합이 어려워 술이 깬 다음 날 봉합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는 응급실 기물을 파손하며 의료인을 위협한다. 이러한 환자들 중 가끔은 상처 소독을 위해 준비 되어진 생리식염수를 물로 오인하고 갑자기 마신다거나 응급실을 화장실로 착각하고 배뇨를 시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지나고 나면 웃어넘길 수 있는 사연들이지만 폭언과 고성이 오고 가며 신체적 위험 및 폭행을 당할 때는 ‘왜 이런 직업을 선택하였는지’에 대한 후회감마저 들며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응급실 내에서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폭행 등의 피해를 본 사례는 2021년 585건, 2022년 602건, 2023년 707건으로 꾸준하게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중 폭언·욕설이 457건으로 65%, 폭행이 220건, 협박 51건, 기물 파손 34건, 위계·위력 행사 17건 등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의 안전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 24시간 전담 보안 인력이 배치되고 응급실과 경찰을 연결하는 비상 연락 시설, CCTV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안전은 제도만으로 개선될 수 없다. 폭력 없는 안전한 응급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소통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응급실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응급실을 지키고자 사명감을 가진 몇몇 의료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24시간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이명인(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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