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고려 최씨 무신정권 봉사 10조가 현재의 우리에게 에게 전해주는 교훈

무신정권의 권력 유지 전략과 그 한계

기사 작성: 정예인 청소년 기자 - 2025년 07월 23일 16시05분

사진 : 2012년 방영된 드라마 '무신'의 한 장면

역사 수업 시간, 고려의 무신정권을 배울 때 60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였던 ‘최씨 무신 정권’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들은 어떻게 무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정권을 장악하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다. 최충헌의 교정도감, 도방, 최우의 정방이나 삼별초 등 이러한 사적 기관들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였다고 배웠지만,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또 다른 요인들이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최충헌에 대해 찾아보았고 그가 이의민 제거 후 명종에게 ‘봉사10조’라는 개혁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국왕의 정전 사용. 토지 제도 정비, 대간 활성화 등 민생을 생각한 개혁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충헌이 이러한 개혁안을 제안했고 명종이 이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무신정권 집권기에는 민생이 안정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더 악화하기만 했다는 사실에서 모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봉사 10조’가 최충헌의 권력 독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왜 껍질뿐인 개혁안인지, 봉사 10조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최씨 무신정권의 권력 독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 전에 먼저 최씨 정권의 성립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고려사절요 13권 명종 26년 4월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의민의 아들 이지영이 최충헌의 동생 최충수의 비둘기를 빼앗은 일이 계기가 되어 최충헌이 당시 집권자였던 이의민을 죽였고, 그와 관련이 있던 반항 위험이 있는 수많은 인물들을 죽이고 유배를 보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권력을 오롯이 최충헌이 독점하고 난 후 그는 명종에게 ‘봉사 10조’라는 개혁안을 제안한다. 봉사 10조의 내용은 이러하다.

① 새로 지은 궁궐에 길일을 택하여 들어갈 것.

② 관리에게 줄 녹봉이 부족하므로, 원래 제도를 복구하여 관리의 수를 줄일 것.

③ 벼슬아치들의 토지 겸병으로 인한 폐단이 많으므로 토지대장에 따라 원주인에게 돌려줄 것.

④ 지방에 유능한 수령을 파견하여 향리와 권세가의 횡포를 금지하게 할 것.

⑤ 공물 진상을 금지하여, 각 지역 관리가 공물 진상을 구실로 약탈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할 것.

⑥ 승려의 왕궁 출입과 곡식 대여를 금지하며, 불사를 관장하는 것과 백성에게 고리대 하는 폐단을 없앨 것.

⑦ 관리들의 능력을 가려 유능한 자는 발탁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징벌할 것.

⑧ 신하들이 저택과 복식에 사치가 많으니 검소한 생활을 할 것.

⑨ 함부로 사찰을 건립하는 것을 금할 것.

⑩ 신하의 간언은 용납할 것.

제1조와 6조는 최충헌 정권이 고려 왕실을 보위한다는 명분을 우선으로 강조한 것이다. 제2조~9조는 지속되던 폐단에 대한 개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조는 국가 재정과 관련되어 있고, 제3조~9조까지는 주로 민생과 관련된 폐단을 해결한다는 명분에서 제안되었다. 제10조인 대간 활성화는 최충헌이 관료 시스템의 정상화를 지향하겠다는 표시이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고 나면 최충헌을 ‘부패를 바로잡고 민생 안정의 개혁을 추구했던 집권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단순히 봉사 10조의 껍데기만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최충헌이 만약 민생 안정을 추구하고 봉사 10조의 개혁안을 실행했다면, 최씨무신정권 집권기에 발생했던 노비 신분 해방 운동인 ‘만적의 난(1198)’, 진주의 공·사노비가 향리의 탐학에 항거하여 무리를 모아 향리의 집 50여 호를 불태웠던 ‘진주민란(1200)’. 무신정권의 가혹한 불법 행위에 맞서 새로운 질서 구축을 기치로 삼으며 백제부흥운동의 성격을 띤 ‘이연년 형제의 난(1237)’ 등 수많은 민중 봉기가 발생했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 최충헌은 당시 국가 전반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백성들의 삶과 국정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혼란스러웠고, 불안했다.

그렇다면 최충헌은 왜 봉사 10조를 명종에게 제안했던 것일까? 사실 봉사 10조는 최충헌이 이의민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정변 후 개혁안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정변이 고려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 과거의 심각했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로써 정변의 정당화와 반대 세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권력을 안정하고 독점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설정의 명분을 쌓았고, 집권 초기 정권 안정 도모에 성공하였다. 국왕 권위의 강조는 그 권위를 보위하는 최충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었고, 신하의 간언을 용납하는 대간의 활성화는 최충헌이 관료들을 통제할 수단이었다. 이처럼 최충헌 정권은 명종대의 잦은 정변으로 인한 지배층들의 갈등과 지방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적 성향을 내세우며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또한 최씨 이전 무신 세력들은 국왕과 그 세력들과 타협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지만, 최충헌은 기존의 관료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1인 독재의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이전 시기 무신정권보다 더욱 확대된 사적 지배기반을 확보하였다. 예시로 최우의 사병 역할을 하던 삼별초는 무력해진 중앙군을 대신하여 정규군 역할을 수행하였고, 최우가 자신의 집에 설치한 정방은 관리의 임명과 해임 등 모든 권한을 장악하여 인사행정을 다룬 기관이었다. 이처럼 이러한 사적 기관들은 공적 기구의 외형을 띠면서 실질적으로는 최씨의 사병·사조직 역할을 수행했다. 정치-행정-군사-인사의 모든 권한을 사적으로 장악한 것이 6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최충헌의 봉사 10조는 개혁안이라는 명분으로 최충헌의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허상뿐인 수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최충헌의 봉사 10조는 우리에게 ‘개혁’이라는 단어 자체가 권력 유지의 명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최씨무신정권 집권 이후에도 백성들의 삶은 계속해서 악화되었고, 폐단 또한 지속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봉사 10조는 우리에게, 아무리 겉보기에 화려한 개혁안이라도, 이를 제안한 인물이 권력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으며, 당연히 그에 따른 변화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또한 올바른 리더의 자질과 권력 사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최충헌이 권력을 잡은 뒤 휘둘렀던 권력은 단순히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사적 기관을 조직하고 정치를 독점하는 용도로만 이용되었다. 권력을 잡은 집권자는 그 권력을 공익 실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최충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과거와 오늘날의 정치 세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거 독재 정권 시대의 대한민국은 산업화가 활발히 일어나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 열악한 노동 환경 등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가 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분 뒤에 개인의 삶과 권리가 무시되었던 것이다. 이는 고려 무신정권 시기,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권력을 독점하고 민생을 외면했던 최충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진정한 발전은 드러나는 성과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삶, 공익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서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충헌의 사례처럼, 역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을 기억하고 우리는 단순히 제도나 겉모습이 아닌, 그에 담긴 진정성과 실행에 대한 태도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권력에 대한 욕심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고 책임감을 가지는 리더로 성장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예인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권력을 유지하는 명분이 ‘개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을 통해 깨달았고 놀라웠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인상 깊었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현실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고 공익을 위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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