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서각한 지 55년째, 자연이 준 그대로의 재료로 희로애락 담아 왔다“

이봉희 다음달 장수 장안문화예술촌 본관 전시실과 장수미술관에서 두 번째 서각 개인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15일 15시20분

"올해로 서각을 한지 55년째로 자연이 준 그대로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표현 방법으로 희로애락을 담아 왔다. 은은한 향기가 가득한 가운데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를 마련하고자 한다"

장수 계남 장안문화예술촌 입주 서각 작가 찬샘 이봉희선생이 8월에 장수 장안문화예술촌 본관 전시실과 장수미술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1984년 전북예술회관에서 첫 목공예 개인전을 가진 후 41년만에 마련한 자리이다.

'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해해해(중략). 웃음은 겸손입니다. 웃음은 마음의 해우소입니다'

효봉 여태명 서예가가 그의 작품을 보고 쓴 발문이다.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도 한글 회화화가 돋보인다.

'웃음, '하하하호호호', '허허허헤헤헤헤' 모두가 춤을 추면서 웃는 모양으로 각을 잡았다. 김두경 서예가도 그의 이같은 경향의 작품을 보고 여러 점의 발문을 썼다.

그는 여산 권갑석선생에게 한글을 배웠다. 판본체와 궁체 진흘림 글씨를 토대로 한 작품이 많다.

'보라 십자나무: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란 작품은 느티나무에 십자가가 감싸고 있는 작품이다. 오동나무 찻상위의 '광야의 외침'은 들어주는 사람 없음을 표현했다.

'절규'는 오동나무로 만든 작품이다.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음이 흔들린다. 지하철 플랫폼 끝에 설 때, 번화한 거리 속을 걸을 때, 온 세상이 분주한데 나만 정지된 듯한 고립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그 감정. 누군가는 그것을 불안(Anxiety)이라 부른다. 그리고 100년도 더 전에 그 감정을 그림으로 정확하게 붙잡아낸 화가가 있었다. 바로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이다.

그는 왜 그렇게도 "절규"했을까? "길을 걷다가 갑자기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고, 심장이 멎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서서 떨며 절규를 들었다" 뭉크가 남긴 일기 속 이 한 구절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작품, '절규(The Scream)'의 탄생 배경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공포의 이미지로 기억하지만, 사실 이 그림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내면의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기록이다"

작가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듯 괴로워하는 인물, 물결치는 하늘과 뒤틀린 다리 위 풍경. 이 작품에는 뭉크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처는 그를 고독하게 했고, 고독은 그를 화가로 만들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폐결핵으로 잃었고, 그 이후로 줄곧 죽음, 병, 고립이라는 테마를 작품 속에 끌어안고 살아간다"고 했다.

사랑과 상실, 외로움과 불안, 이 모든 것을 그는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뒤틀린 선, 왜곡된 시선, 불안정한 색채로 심리적 진동을 시각화했다. 그 역시 바로 이같은 의미로 '절규'란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뉴스 속 재난, 일상의 스트레스, 멈추지 않는 속도 속에서 우리 역시 마음의 귀를 틀어막고 있는 건 아닐까? 작품을 통헌 미술 치유는 이럴 때 빛을 발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그려보는 과정’은 어떤 치료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뭉크는 결국 살아냈고, 우리는 그렇게 닮아간다. 그는 젊은 시절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말년에는 건강을 회복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작업을 이어갔다"

작품은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침묵의 언어이다. 그리고 그 언어는, 오늘 당신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장수군은 지난 5월 31일 계남면 문예복지회관 모정 현판식을 갖고 마을과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면은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모정 이름을 ‘향수정(鄕愁亭)’으로 지었다.

‘고향의 삶의 터전 계남면의 모든 사람과 마을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정서를 추억하고 기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면 소재지에 있는 모정 ‘향수정(鄕愁亭)’은 어르신들 및 주민들의 사랑방 및 휴식처로 한층 더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서예가 한규하선생께 직접 글씨를 받은 것으로, 서각은 이봉희 작가가 참여, 편액을 완성했다.

그의 작품은 완주 송광사 약사전, 장수 팔공산 팔공사 운점루, 전해산 기념관, 정인승 기념관, 논개기념관, 의랑루, 장수향교 중수기, 마이산 금당사 대웅보전, 일주문, 계룡산 신원사 일로향루, 부안 매창공원 매창기념관 편액, 전북대 신정문 현판 등 이루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김제 금구출신인 작가는 "아름다운 인연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혹여 작품 중에 황당한 내용 때문에 내심 걱정이 되지만 이런 체험을 하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치부해 주면 좋겠다. 혹자는 마음 깊이 감동을 받아 삶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시며 고맙다고 좋은 벗이 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내놓기 어려운 작품이라 쉽게 작업하지 않았다. 글로 쓰면 30분이면 충분하지만 작품 한 점에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등 온힘을 다해 작품했다.

그동안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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