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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벽굴, 전주천을 지나가다

[원지의 문(文)·화(畵) 스케치] <39> 전주 한벽굴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28일 13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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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벽당에서 내려오면 한벽굴이 나온다. 1931년부터 1981년까지 전라선 열차가 달렸던 터널이다.

일제 강점기 역사의 아픔이 담긴 철길이 사라지고 이제는 유명 관광지로 변한 터널의 겨울 풍경은 또 다른 멋을 선사한다.

전주천에 있는 정자인 한벽당과 전라선이 지나는 한벽굴의 모습이 아주 멋진 낭만을 선사한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는 인상적인 터널이 등장한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약 60m 길이의 작은 터널 ‘한벽굴’이다.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처음 사랑을 키웠던 장소이자, 최종회 엔딩 신에서 눈물의 이별을 하던 장소다. 한옥마을 둘레길(한옥마을~전주향교~한벽당~자만벽화마을~오목대~한옥마을, 약 8㎞)의 길목으로 주민만 거닐던 장소였으나, 드라마 방영 후 인증 사진을 찍으러 오는 MZ세대가 부쩍 늘었다.

과거 이 터널은 전라선 본선의 일부로, 1929년~1931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전주~남원간 철도를 건설하면서 시공, 1931년 10월 전라선 전주~남원 구간과 함께 개통. 당시 일제는 조선인들이 신봉하던 풍수지리 사상을 교묘히 이용, 이 곳에 있던 한벽당의 풍광과 정기를 끊기 위해 바로 밑에 터널을 뚫고 전라선 철도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윽고 출발한 기차는 오목대를 옆구리에 끼고, 전주천 맑은 물에 그림자 드리운 한벽루를 슬쩍 바라보면서 컴컴한 굴 속으로 들어간다. 몇 발 안 되는 길지 않은 굴이었지만, 후욱, 열기가 끼쳐 들며 석탄가루가 매캐한 냄새에 섞여 열차칸으로 날려든다.(소설 '혼불'에서 ‘한벽굴’을 그린 대목)"

한벽굴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풍수지리를 교묘히 이용해 인근에 있는 한벽당의 풍광과 정기를 끊기 위해 터널을 뚫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더 전주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남원의 슬치에서 시작된 물이 크고 작은 여러 골짜기의 물과 합류하여 시내를 이루어 한벽당에 있는 승암산 자락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부서지면서 거듭 굽이틀어 남천으로 흐른다.

옛 문인들은 이 풍경을 벽옥한류(碧玉寒流, 壁玉寒流)라 읊었으며,"한벽청연(寒碧晴煙)"이라 하여 전주 8경의 하나로 꼽았다.

한벽당 바로 밑 바위에 ‘매화 향기를 찾아 가는 작은 소로’라는 뜻의 심매경(尋梅逕)이란 암각서가 있다.

봄이면, 모진 바람을 잘 이겨낸 ‘꽃심의 땅’ 전주에 '툭툭툭' 매화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이때면 그윽한 향기가 가득한 ‘암향부동(暗香浮動)’을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이를 탐한 사람들의 고매한 정신과 매화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글=이종근·그림=원지(XU WE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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