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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급변하는 공동체와 박물관의 미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22일 14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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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는 박물관의 존재 의미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박물관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살펴보며, 전통적 기능과 새로운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박물관의 제도적 정체성,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이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된다.

먼저, 박물관의 핵심 가치는 ‘신뢰성’에 있다. 미국박물관연맹(AAM)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물관은 가족 다음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으며, 이는 박물관이 대중에게 신뢰 기반의 공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최근 개정한 박물관 정의에서도 이러한 신뢰성과 함께 포용성, 접근성, 참여성, 윤리성, 비영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관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와 함께 박물관의 ‘영속성’ 개념도 중요하다. 박물관은 일시적인 사업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사람들 간의 장기적 약속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영속성은 때때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공공성과 책임, 제도적 안정성이 내재되어 있다.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은 ‘사회에 봉사’하는 기능을 통해 드러난다. 이는 1970년대 유네스코가 제시한 ‘통합 박물관’ 개념에서 이미 강조된 바 있으며,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해서 전통적 기능이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연구, 전시, 교육이라는 ‘세 기둥’은 박물관이 정체성을 유지하고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연구는 소장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전시는 이를 미래로 전승하며, 교육은 박물관이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전시는 유물의 ‘보존’까지 포함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기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에서 나아가, 감동과 공감을 주는 체험을 기대한다. 연령과 배경을 고려한 전시 구성,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은 박물관이 더욱 친근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박물관은 이제 공공의 삶과 경험을 나누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구상하는 미래의 박물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들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디지털 기반의 가상 박물관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의 협업,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통해 박물관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 동시에 연구와 보존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박물관이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갖추도록 힘쓰고 있다. 박물관은 더 이상 고립된 유산 보관소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능해야 한다.

박물관의 경제적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박물관은 단순한 문화 보존 기관을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산업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박물관이 고용을 창출하고, 문화 관광을 유치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박물관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와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공 투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정체성과 필요에 맞는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문화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급변하는 공동체 속에서 박물관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통해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공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회적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박물관이 공동체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 기관으로 나아가는 길이다./노기환(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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