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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취생몽사(醉生夢死)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가는 것”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0일 15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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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이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사람의 마음은 조물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든다. 그러니 마음에 천당을 만들면 천당이 되고 지옥을 만들면 지옥이 된다. 간사한 인간들은 오만과 편견으로 본인이 만든 업보가 있을 뿐이다. 이는 우주의 순환이고, 온 세상이 ‘무아일체’인 하나다.



술에 취해 살다가 꿈꾸듯이 죽는 것을 ‘취생몽사(醉生夢死)’라 한다. 한평생을 아무 하는 일 없이 흐리멍덩하게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신없이 술에 취해 행동을 멋대로 하는 사람을 욕하여 술 먹은 개라 한다. 천하에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이 없으므로 ‘취중무천자’라고 점잖게 따돌린다. 그에 반해 술을 알맞게 마시면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준다고 ‘망우물’이라 한다.



그러면 술에 취한 듯 살다가(醉生) 꿈을 꾸듯이 죽는다(夢死)는 이 고사성어는 어디서 유래됐을까. 이 말은 중국 송나라 때 주자학의 기틀을 잡은 ‘정호’라는 학자가 “높은 재주와 밝은 지혜가 있어도 견문이 고착되면 ‘취생몽사’ 하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수 없다.”고 한 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줄여서 취몽(醉夢)이라고 한다.



정호의 어록에는 당시 ‘간사하고 요망한 말들이 넘쳐 백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천하를 어지럽게 하니 아무리 고명한 재주를 가졌어도 그 말에 얽매여 취생몽사의 지경으로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송나라 때에 처음 사용됐다고 해도 술에 취한 채 살다 죽어간 사람은 앞선 시대에도 많았다. 주지육림의 향락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망친 왕으로 알려진 중국 은나라의 ‘주왕’이 있다.



취생몽사 하면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 먼저 떠오른다. 같은 시대의 시인이었던 ‘하지장’이 말하기를 이백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유명한 시 ‘장진주(將進酒)’에는 “하늘이 준 나의 재능 반드시 쓰임새 있으리니/천금이 흩어져도 다시 생겨날 것이오/양고기 삶고 소 잡아 즐기려 하나니/모름지기 한 번 술 마시면 삼백 잔은 들어야지”라는 대목이 있다. 참 안타까운 시구이다.



윤석열 전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고 말해 세상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그도 술을 즐겼다고 한다. 아니 즐긴 정도가 아니라 오전에 출근을 못할 정도로 두주불사였다고 한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얘기를 들으니, ‘이백’이 술에 취한 채 호수 속에 있는 달을 잡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전해졌다. 이백은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되며 시선(詩仙)으로 불렸다. 그 옛날 왕조시대 주류사회에서 배척당한 문인들이 술과 산수를 벗 삼고 꿈을 도피처로 삼았던 것은 취생몽사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러나 이백의 취생몽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혼탁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43세의 나이에 겨우 하급관리인 ‘한림봉공’이 되었다. 황제 현종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낮 궁정시인에 불과한 것이다.



현종은 이백의 천재적 시재를 아끼고 그가 지어 올린 시를 사랑했을 뿐 그를 목민관으로 임명하여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사직 후에는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56세가 되어 현종의 아들 영왕의 군대에 몸을 담았다가 반군으로 몰려 유배를 당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겨우 사면을 받아 풀려난 후에는 먹고 사는 문제에 시달렸다.



어떤 사람들은 이백이 술에 취해 장강에 비친 달그림자를 건져 올리려다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는데, 이는 물론 낭설이다. 이백은 술 마시면서 시문 짓는 것을 인생의 유일한 낙으로 삼다가 외롭고 쓸쓸하게 죽었다. 그는 돈과 권력이 없어 술 한잔 같이할 친구조차 찾기가 쉽지 않아 달과 자신의 그림자를 친구 삼아 술을 마시면서 월하독작을 읊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을 취생몽사라 비웃을 수는 없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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