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쉰세 번째 책 펴낸 최자홍선생

1998년 제1권 ‘횡설수설(橫說竪說)’ 발간 이후 퇴직 후 모두 53권 펴내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08일 15시42분

최자홍(崔自洪) 작가가 최근들어 53번째 책자로 시집 ‘풍류(風流. 펴낸 곳 도서출판 아트매니저)’를 펴냈다.

그는 책을 내고 조용히 아는 사람들에게 책만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알고 아주 작은 ‘미니 출판기념회’를 열자고 부추긴 사람은 재야 인문사학자 천판욱선생이었다.

장소는 전주 혁신도시 만성동 황방산 자락 아래 자리잡은 전원 식당 ‘소풍(消風)’ 그가 자주 찾아와 소일하는 곳이라 한다.

“최자홍님 53권째 출판 축하드립니다” 작은 프래카드도 붙여졌다. 프래카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작가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작가의 미니 출판기념회가 최근 들어 이곳에서 열렸다.

“세월은 웃어도 가고 화내도 오고, 좋아도 가고 슬퍼도 오고, 나 또한 세월 따라갑니다. 생활 속의 자연을 벗 삼아 쓴 시 글입니다. 독자님 끄덕끄덕을 바랍니다”

그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참으로 겸손하고 욕심 없는 바람이다. 작가의 잡문시집(雜文詩集) ‘풍류(風流)’는 230여 쪽의 분량에 150여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멈추지 아니하고 가는 세월/ 봄은 찾아 왔건마는/ 쌀쌀한 바람에 봄같지 아니하고/ 여름 녹음방초 성하한들/ 한로풍상을 이길손가/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니/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흥얼흥얼 놀면서 가세...”

그는 자기가 펴낸 시집을 겸손하게 잡문시집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누구든지 이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의 내용을 이용하기 위해 복사, 필사, 사진, 녹취 등을 허용한다는 문구를 내놓았다.

그는 정읍 사람이다. 내장산이 있는 내장면 사람이다. 그가 글을 쓰게 된 동기도 젊은 시절 내장산 서래봉에 올라가 내려다본 내장산의 풍경에 감동을 받은 후부터라 한다.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 수의사가 됐다.

그런데 동물들을 보살피는 대신 사람을 키우는 교직에 발을 디뎌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중등학교 교장 선생으로 퇴직을 했다. 그는 ROTC 1기생이며 수의사요 교원인데 스스로 수상시객(隨想詩客)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퇴직 후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써서 발간을 시작한 바, 어느새 53번째가 됐다.

그는 1998년에 제1권 ‘횡설수설(橫說竪說)’을 발간했으며, 같은 이름인 ‘횡설수설’로 15권까지 발간을 했다. 이어 16권은 ‘신언서판(身言書判)’, 17권은 ‘우리 동네 전설(傳說)’, 18권은 ‘말 많은 불(佛)효자’, 19권은 ‘왜 웃어 읽어 봐’ 등으로 계속해 책을 펴냈다. 그는 일 년에 1권씩이 아니라 1년에 서너 권씩 발행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작가를 봉사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했다.

전주시 효자동에 양지노인복지관이 처음 생겼을 때 복지관 주변이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했다.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꽃밭을 만들어 꽃이 피게 했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복지관에서 그에게 감사장을 주고, 전주시장은 모범시민상을 수상했다.

‘풍류’ 뒷부분엔 그가 받은 수상 기록이 있다. 단기 4292년 3월 16일에 받은 상장은 정읍농림고등학교 3학년 4반에 재학하고 있을 때 학교장으로부터 받은 상장이다. 군대 생활중 받은 공로 표창장, 교사 때 받은 교육감 표창장,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부터 받은 표창장도 보이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훈장증도 보인다.

그는 “아직도 참을 인(忍) 자를 붙들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말은 ‘인지위상(忍之慰上)’이었다. 이 참을 인자는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잘 지켜지고, 밖에서는 잘 지켜지지만 집안에서 지키기가 어렵다 한다. 무엇보다도 단둘이 살고 있는 아내에게 지키기가 제일 어렵다”

흔히들 만만하게 보고 있는 마누라에게 참을 인(忍)자를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은 권면하는 말을 넘어 하나의 생활철학 같은 말로 들렸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그는 그의 저서를 무료로 나누어 준다. 그리고 필요하면 더 가져가라고 한다.

그의 좌우명은 정판단(正判斷), 정선택(正選擇), 정실천(正實踐)이다. 그동안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인생 소풍 나온 마음으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터이다. 그의 필운(筆運)이 백 세까지 이르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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