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15세기 걸작 '분청사기 상감모란당초문 호' 첫 선

호림박물관 특별전 '호림명보(湖林名寶)', 부안 우동리 가마서 만든 분청사기 항아리 등 전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24일 08시24분

'분청사기 상감모란당초문 호'는 꼭지가 달린 뚜껑과 항아리로 이루어진 이 분청사기 항아리는 그릇의 형태, 문양의 표현과 구성이 뛰어나 15세기 상감분청사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아리는 원통형으로 어깨와 굽 주위에는 표현 방식을 달리하여 연판을, 몸체에는 대담하게 생략된 모란당초를 면상감으로 과감하게 표현했다. 이와 같은 파격적인 문양 표현 방식은 고려의 상감청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분청사기 특유의 자유분방한 미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처럼 모란당초 무늬가 면상감되고 삼각형 모양의 간략화된 연꽃잎 무늬가 선상감된 예가 부안 우동리 가마에서 확인되고, 15세기 전반 무렵에 이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뚜껑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이 분청사기 항아리는 고려 말기 상감청자에서 조선 초기 분청사기로 이행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어 도자사적 의의가 크다.

호림박물관은 7월 26일까지 서울 신사분관에서 2025년 첫 특별전 '호림명보(湖林名寶)'를 갖는다.

호림 윤장섭(1922~2016) 선생이 수집한 한국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1982년 설립된 호림박물관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다수의 불교유물을 포함한 박물관 대표 문화유산을 선보인다.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대표 문화유산을 총망라한 기획전으로, 시대별 지정 유물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관람객들이 한국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국보 8건 16점, 보물 54건 59점,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11건 12점 등 총 100여 점의 주요 문화재가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은 시대별로 구성된 세 개의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제1전시실은 1980년대에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유물들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 도자기를 대표하는 국보인 ‘분청사기 박지연어문 편병’ ‘백자 청화매죽문 호’, 보물인 ‘백자 반합’ 등이 전시된다.

제2전시실응 1990~2000년대에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유물들이 전시된다. ‘초조본 불설우바새오계상경’ 등의 초조대장경, 감지은니 ‘미륵삼부경’ 등의 금은사경과 더불어 조선 전기 인쇄문화와 왕실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불정심다라니경 권상·중·하’ ‘수륙무차평등제의촬요’ 등의 귀한 전적이 소개된다. 또한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와 조선 전기의 ‘지장시왕도’가 나란히 전시되어 고려 불화와 조선 불화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제3전시실은 2010년대 이후 지정된 보물 및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초조본 불정최승다라니경’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권8’ 등이 있다. 또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자 청화송하초옥문 병’,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을 앞두고 있는 정선의 ‘사계산수화첩’도 함께 공개된다

호림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2006년 열린 ‘국보전’ 이후 19년 만에 국가 및 서울시 지정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며, “특히 전시 후반부에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숨겨진 명보(名寶)들이 새롭게 공개됨으로써 한국 전통미술의 깊이와 가치를 직접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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