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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호수 위 달 그림자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18일 14시20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이번주엔 선고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혼란을 고려, 최대한 신속히 사건의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변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결론 도출과 관련해 심리가 늦어지면 이번주에도 선고가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늘의 달은 하나지만 천 개의 호수 위에 뜬다. 지난해 12월 3일 밤으로부터 세 달이 더 지났다. 그날 밤 우리는 얼마나 놀랐던가. 가없는 국민들이 얼어붙은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졌는가? 지금도 혼란의 연속이다. 극단의 두 집단으로 나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썰렁한 모습을 보이면서 춘삼월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헌재에서 열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서 계엄 당일 문제가 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계엄령이 지속된 시간이 짧았고, 계엄이 선포된 당시에도 군사 작전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탄핵 사유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는 느낌”이라고 했다.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은 아닌 만큼 어디에서 나왔던 표현인가 궁금했는데 그 출처를 찾았다. 1988년 일본 닛케이신문의 경제 칼럼이다. 그 앞부분은 1937년 도쿄 지방 재판소의 주식 조작 혐의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주식 가격의 정상적인 시세를 확정하려는 것은 이를 비유하자면 '물 속에서 달그림자'를 움켜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주관적인 시도로 어쩌면 허용될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주가 조작 혐의가 무죄다, 무혐의다. 이런 얘기다. 윤대통령의 탄핵사유는 본인의 말대로 무혐의인가.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을 향해 "윤석열이 복귀할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를 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늘따라 이규보의 시 '영중정월(詠井中月)'이 떠오른다. '우물 속 달을 읊다'는 시이다.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병 속에 물과 함께 길어 담았네/절에 다다르면 응당 깨달으리라/병이 기울이면 달 또한 텅 빈다는 것을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 이 시는 얼핏 보면 저녁때 산속에서 우물에 비친 달을 노래한 것 같지만, 실제는 불교의 선도리(禪道理)를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늘에도 달이 있고 우물 속에도 달이 있다. 그달을 건지기 위해 병에 물을 담았다가 쏟아 보니 달은 없다. 원숭이가 연못 속의 달을 건지려다 달은 건지지 못하고 몸만 물에 빠지는 격이라고 할까. 수행을 독려하는 시이다. 세상만사 이치는 '천강유수천강월(千江有水千江月)'이다.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쳐 천 개의 달이 보여도 그것 또한 달 그림자 아니겠는가. 본래의 달은 어디 있는가!

이번 사태로 서부지법이 짓밟혔고, 헌재 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총선이 중국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달그림자처럼 떠올랐다. 부정선거라고 지목된 53개의 선거구에서 낙선한 당사자들은 정작 단 한 사람도 부정선거라 주장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의 개표방식이 수개표인데도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수개표를 해야한다며 거품을 문다. 달은 하늘에 있는데 사람들은 달그림자를 향해 호수로 몸을 던진다. 저마다 호수 위 달그림자 바라기를 한다. 달그림자에 목을 맨다. 그들 스스로가 혼돈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실 속 누군가는 진실을 체념한 채 불현듯 호수 위에 떠 있는 달빛 그림자만 좇으며 길을 잃는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깊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더라도, 수면 위를 스치는 허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아래에서 진정한 달을 발견하고, 그것을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빚어낸다.국민들은 오늘도 달을 보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진달래가 필때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수 있겠지 라는 다짐을 해본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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