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지켜야 할 양심

신팔복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0일 14시40분

심신을 달래기에 등산만큼 좋은 게 없다. 오늘은 기린봉에 갔다. 산은 혼자 오르는 것도 좋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면 더욱 좋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산이 주는 정서와 자연의 감성은 인생의 참맛을 더해준다. 제철을 맞는 단풍이 무척 곱다. 짙고 옅은 붉은색에 노랑과 갈색이 어우러져 산자락을 감돌고 스산한 바람에도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풍경은 꽃비처럼 아름답다. 머리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오를수록 멀리 보이는 황금빛 들판이 곱다.

등산길에는 자연을 사랑하자든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광고문이 보인다. 좋은 말이다. 헐벗은 산을 가꿀 때 온 국민이 나무 심기에 동참했고 관심을 가지고 숲을 가꿔왔다. 꽃샘추위가 몰려와도 식목 행사는 어김없이 이뤄졌다.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가꿔진 것이다. 앞산도 점점 곱게 물이 들어간다. 우리의 산하는 이제야 겨우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국가 경제를 꾸준히 발전시켜 가듯 우리의 자연환경도 잘 보호하고 가꿔나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일부분, 양심을 버리는 얌체족이 있어 안타깝다. 한마디로 꼴불견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한심하다.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 때문이다. 산 정상에 올라 자연을 벗 삼아 음식을 즐기는 것은 빼어난 요리 집에 비길 바가 아니다. 문제는 먹고 남은 빈 병이나 깡통, 과자봉지, 음식물 찌꺼기, 휴지 등을 함부로 버려 자연을 훼손하고 있어 볼썽사납다.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생활 쓰레기가 나 몰라라 방치되고 있다. 적어도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가 분리해서 쓸 만한 물건은 재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나뭇잎 밑에 숨기고 바위틈에 쑤셔 넣기도 했으니 양심을 버려도 봉투째 버린 격이다. 누가 볼까 두려워 어찌 주위를 살피지 않았으랴. 그런 양심이 남아있었다면 버리지 말고 배낭에 넣어 가져가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연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결국 좋은 경관을 망치고 금수강산을 병들게 할 뿐이다. 나도 무심코 버린 때가 있었는지 반성해본다.

몇 년 전에 아내와 캐나다에 밴프 공원에 갔었다. 어디에서도 오염되지 않았고 맑고 깨끗한 환경은 무척 부러웠다. 선진국의 면모가 보이는 관광지였다. 우리도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후진국의 관심 밖의 환경에 비교하면 지상낙원이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돼야 할 일이다.

지난번 아파트 뒷산에 오를 때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쓰레기가 있어 보기 싫어 줍는다고 했다. 작은 행동으로 애국하는 사람이었다. 산을 살리고 물을 살리는 일이었다. 멀쩡히 서서 보다가 말을 붙이며 나도 몇 개 주어서 가지고 내려왔다. 어색했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양심을 버린 꼴불견은 주택가에서도 볼 수 있다. 감시카메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봇대 밑에 슬쩍 버린 쓰레기는 누가 치워줘야 하는가. 환경미화원들도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 살고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살기 좋은 우리의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를 줍는 고마운 손을 보면서 무심코 버린 내 양심은 없었는지 뒤돌아본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

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수필집(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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