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말 많고 탈 많은 ‘전주-완주 통합’…이번엔 성사되나

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10월 23일 11시22분

민선8기 출범 전부터 전주시와 완주군에는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었다. 양 시·군에서 내놓은 결론은 달랐지만, 지난 2022년 11월 시작된 상생협력은 통합을 향한 희망회로를 돌리는데 충분했다.

이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올해 1월, 우범기 전주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주·완주 통합의 뜻을 공식화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성공과 발전의 구심점으로서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행정통합 의제를 꺼낸 든 것이다. 특히 주민 공감대 형성을 강조하며 “완주군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배려하고 양보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3차례 실패했고, 그로인한 갈등과 논란은 뿌리 깊게 남았다. 상생협력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9월까지 12차례 협약을 통해 27건의 사업을 발굴했고,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 ‘공덕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국가예산 125억원 확보 등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완주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통합 반대론은 여전하다. 세수증가, 혐오시설 유입 등 통합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전주보다 잘 살고 있어 통합할 필요가 없다’, ‘통합보다 완주시 승격이 더 이득이다’는 여론도 나온다.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행정은 한 발 물러났고, 그 자리는 시민단체가 채웠다. 6월12일 완주지역 한 시민단체가 주민투표를 위해 군민 6,152명의 서명을 받아 완주군에 전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민투표를 위해서는 투표권자 총수의 50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최소 기준인 1,693명을 훌쩍 넘겼다. 지역민들도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완주군민의 찬·반여론 등이 담긴 ‘전주·완주 통합건의서’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넘어갔다.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통합 방안 마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전주·완주 통합 주민투표가 진행될 전망으로, 선택은 완주군민에 달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주·완주 통합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이상적일까.

▲ 전주완주 따로국밥, 결국 ‘공멸의 길’

저출산·고령화 시대, 인구소멸 위기 속 행정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대구·경북, 목포·신안 등 이미 여러 지차체가 시도하고 있다. 이남호 전북발전연구원장은 행정통합을 ‘지역소멸’을 막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 원장은 “인구 감소는 전북뿐만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로, 통합은 미래 생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중차대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전주 인구수는 지난해 65만선이 무너진 후 꾸준한 감소를 보이며 63만선까지 내려온 반면, 완주는 꾸준한 증가 속 인구 10만을 눈앞에 뒀다. 이 같은 성장세가 통합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있지만, 배후도시에 전주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완주에 터를 잡은 일부 기업들이 ‘전주사무소’ ‘전주지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남호 원장은 “당장 전북에서는 전주가 중추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광주와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주가 무너지면 완주도 성장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공멸이다”고 강조했다. 또 “전주·완주 통합은 단순 해당 시·군만이 아닌 전북 전체 발전을 가져올 중요한 포인트”라는 말도 덧붙였다.

▲ 전주·완주 통합이 가져올 가치

올해 초 전라북도는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했다. 제주와 강원에 이은 세 번째 특별자치도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게 됐지만 변화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단독 생존하기에는 산업·인구 등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도시 조차 현재로는 없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대광법’ 이슈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전주·완주 통합으로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인구수는 73만이다. 현행법상 지원 요건인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에는 들지 못하지만, 가치는 ‘인구 50만 이상인 도청 소재지’ 즉 전주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크다. 홍석빈 우석대 교수는 “전북특자도와 전주완주통합 이라는 특수한 입장을 반영할 경우 대광법 개정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열악한 지역 교통망을 확충할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통합은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관광 도시로써의 브랜드 마크가 없는 전북에 생산과 소비 기능이 합쳐진 도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통합은 득이다. 여기에 완주의 산업경제 기반과 전주의 관광문화를 연계한 지역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인구유출 최소화, 장기적으로는 인구유입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홍 교수는 “단독의 발전 전략만 가지고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협력적인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가진 장점을 살리고 문제와 약점은 줄여가는 것”이라며 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통합은 완주 중심으로 이뤄져야 부작용 적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여론을 돌리는데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정치권이 어떤 활동을 해주느냐에 달렸다.

10여년 전 통합을 마친 청주에서는 전주가 기득권을 내려놓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청주시의회 김영근 의원은 “통합 전·후 모든 사업은 완주에 초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며 “이·통장 직능단체 등 지역 기득권세력이 ‘통합 후 대우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당장 정치의 영역에서는 통합 전주완주시의회의 의장직부터 농업·경제관련 위원장 자리까지 완주에 우선권을 주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정된 예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완주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종에 장치를 두는 셈이다.

이쯤에서 ‘이렇게까지 통합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있겠지만, 남일현 청주시의원은 “통합 청주시도 갈등은 여전하지만 통합 후 여러 면에서 파이가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전북발전연구원은 전주·완주 통합 시 매년 160억원 이상의 통합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통합에 따른 경제 가치는 이 수치로 더 이상 설명이 불가하다. 통합 청주시의 경우 이미 모든 지표에서 전주완주를 앞질렀다.

전주·완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노잼도시’ 이미지도 탈전북을 부추기고 있다. 청년들은 당장의 일거리와 놀거리가 필요하다. 변화는 두려워하면서 “전북소외”만 외치는 행태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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