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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상행하효(上行下效)

“윗사람이 하는 행동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20일 14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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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때 영공, 장공, 경공 등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냈던 ‘안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안영은 군주의 실수를 주저없이 간언하여 경공이 그를 크게 아꼈다. 그러나 안영이 죽자 아첨하는 신하들만 있을 뿐 직언하는 신하들은 없었다. 경공은 자신의 과오를 지적하는 말을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안해했다.



어느 날 경공은 문무백관들을 위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주흥이 도도해진 경공은 자세를 가다듬고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쏜 화살이 모두 과녁에 맞지 않았는데도, 신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손뼉을 치며 '최고의 활 솜씨입니다'라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다. 경공은 마음이 불쾌해서 한숨을 쉬면서 활을 팽개쳤다.



이때 ‘현장’이라는 신하가 찾아와서 뵙기를 청했다. 그는 경공에게 “지금 대신들은 대왕을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태는 시시각각 몸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벌레와도 같습니다. 이를 경계하십시오” 하고 간언했다. 오랜만에 충언을 들은 경공은 그에게 생선 50 수레의 포상을 내렸다.



그러나 현장은 “예전에 안영은 임금께서 내려주신 포상을 절대 받지 않았습니다. 윗사람이 하는 대로 아랫사람은 본받습니다(上行下效). 제가 지금 포상을 받는다면 아첨하는 자들의 욕심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고 포상을 사양했다. 이때부터 상행하효는 “윗사람이 하는 행동을 아랫사람이 본 받는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이 사자성어는 지도자나 부모의 언행이 똑바르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어느 조직사회든 적정한 수준의 아부가 필요하겠지만, 과도한 아부는 조직을 좀 먹게 하고 지도자의 눈을 멀게 한다. 그러니 지도자 자신이 이를 적절히 경계해야 한다.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바뀌고 2년 반 가까이 지났는데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그럴까?

첫째, 한 나라의 통치자 또는 지도자는 세상의 본보기다.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면서 거짓된 행동이 없어야 하고 온 국민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온갖 거짓말로 있는 사실을 뒤덮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있는 죄는 덮고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



둘째로, 중국 제나라의 안영이나 현장 같은 신하가 없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꿀 먹은 벙어리에 아첨하는 자들만 득실거릴 뿐 직언하는 참모들이 없기 때문이다. 즉 간신만 득실거리고 충신은 없다. 그 많은 참모 가운데 ‘아니오’ 하는 자 하나 없고, 격노했다는 말만 담을 넘어와 온 고을에 퍼지고 있다.



누구나 행동하기는 쉬우나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기는 쉽지 않다. 남의 본보기가 되려면 가진 그릇 크기 이상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고 욕이나 듣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세상과 역사에 행과 줄이 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행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그릇의 크기가 작거나 자기 그릇 이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 통치자의 위치에 있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소인배는 잘못이 있어도 자기 자신과 고작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만, 통치자가 이러하다면 나라가 온통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장삼이사나 시골 촌부의 행동과는 달라야 한다. 인간의 가치가 달라서가 아니라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치자의 행동거지가 바르면 세상에 아름다운 기풍이 만연하지만, 통치자의 제반사에 흠이 생기면 세상은 온통 분란으로 가득하다.



위에서 행하면 반드시 아래에서는 따라서 한다. 이게 상행하효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마찬가지다. 윗사람이 성실하고 청렴하면 아랫사람도 그렇게 된다, 윗사람이 비겁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면 아랫사람은 한술 더 뜰 것이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무도함과 국정농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 정부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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