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 말투가 이미지를 가른다

김형중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9월 19일 09시10분

조선시대 때 임금에게 간(諫)하는 업무를 맡은 사간원의 책임자는 대사간(정3품)이고, 그 아래 사간(종3품), 헌납(獻納-정5품), 정언(正言-정6품)으로 구성된 언론기관이다.

이들은 충심으로 임금에게 간했건만 성정(性情)이 괴팍한 임금을 만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예부터 임금에게 ‘간’하는데 말과 태도의 강도에 따라 나눈 오간(五諫)이 있다. 첫째는 곧이곧대로 간하는 정간(正諫)으로 직언, 직간과 통하는데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었으나, 가장 간절한 충간(忠諫)이었으며, 둘째, 장간은 전후 맥락과 눈치도 살피지 않는 우직하게 간하는 경우로 역린을 건드릴 가능성이 컸다. 셋째, 강간(降諫)은 자신을 최대한 낮춰 겸손한 문체나 태도로 할말을 다했으며, 넷째, 휼간(譎諫)은 고사(故事)나 싯귀(詩句)를 인용해 은근하게 간하는 방법이었고, 다섯째, 풍간(諷諫)은 에둘러 간하는 방법으로 현대화술에 비교하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일을 슬기롭게 풀어내는 고도의 기술이었기에 비판의 강도는 낮지만, 설득의 기술로 평한다면 최고의 방법이다. 충고나 간언, 그리고 조언은 상대를 감동케 하여 목적을 달성하는데 그 의도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화술, 즉 말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방법과 내용으로 상대를 감동시키거나, 또는 설득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상대를 흡족하고 즐겁게 해주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누구나 눈만 뜨면 누구를 만나든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검은 구름이 밀려온다고 해서 반드시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듯, 누군가에게는 말을 잘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의 행동이 자기 이득만을 챙긴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그런 평가를 받으리라.

사람마다 말투는 각양각색이다. 퉁명스러운 말투, 상냥한 말투, 퉁명스런 말투, 활력이 넘치는 말투, 투정하는 말투, 긍정적 말투 등 매우 다양하다. 말을 잘해서 자신을 잘 보이려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사람들 앞에 설 때 굳이 떨 이유도 없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선 여인은 자신의 미모를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보이면서 상대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대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높은 자존감이 자리했을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굳이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 호평이나 악평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허세 없는 자존감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대신 기본에 충실해야만 비로소 겸손의 미덕이 되는 것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의 말은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다. 다만 쉽게 말하려 할 때 내용이 길어지거나, 간결하게 말하려 할 때, 모호하지 않게 하는 것은 절제력과 공감력, 그리고 전문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실력만 있고 겸손하지 않으면 재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실력만 갖춘 사람의 말은 달달하기는하나 왠지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대개 이런 사람은 누군가를 비난하고 험담했거나, 매사에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이다.

사람의 말투는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와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게 된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말투가 좋지 않은 사람은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은 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삶에서 정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는 ‘대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즉 ‘말’이란 단어가 주는 비중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거움이 더해 간다. 살면서 상대가 누구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분명하다. 아무 곳에서나 아는 체하거나, 어른 노릇만 하려고 한다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따돌림까지도 당할 수도 있다.

김형중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문학박사

에세이-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외 3권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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