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풍류(風流), 그 의미

소통과 화합의 놀이문화 부활을 꿈꾸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9일 16시12분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 의하면, 고구려의 동맹, 예(濊)의 무천, 부여의 영고라는 우리 민족의 제천의식은 항상 음주가무가 따랐다고 한다. 그 옛날의 우리 민족의 제천의식은 오늘날 신앙문화로 활성화가 되고, 우리 고대의 음주가무 풍속은 근래의 노래방 문화 활성화의 뿌리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풍속(風俗)은 비록 그것이 서민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선비의 풍류와 결합되어 그 의미가 드러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풍류의 원조로 최치원을 꼽는다. 그는 「난랑비서(鸞郎碑序)」라는 글에서 풍류(風流)를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말하였다.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玄妙之道)가 있으니 그것을 풍류(風流)라고 한다. 이 종교를 일으킨 연원은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근본적으로 유, 불, 선 삼교를 이미 자체 내에 지녀서, 모든 생명을 접하여 저절로 감화시킨다(接化群生).”

풍류란 『새우리말큰사전』에 “속된 일을 떠나서 풍치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라 하였다. 여유와 자유분방함 등을 즐기는 것이 풍류다. 초월적이고 포용과 융합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 그것은 세상사의 간섭과 억압,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 이성의 감시와 지배로부터 벗어나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심미활동의 일종이다. 풍류란 최치원의 말처럼 접화군생(接化群生: 접하면 변하여 모든 것들이 살아나는)하는 생명 바람으로서의 도(道)이다.

우리말에 ‘신바람(神風)’, ‘신(神) 난다’, ‘신명(神明) 난다’는 말이 풍류라는 뜻에 가깝다. 그것은 왜? 생명 바람의 흐름이요, 생명 바람의 길(道)이기 때문이다. 최치원은 풍류(風流)로서 백성과 어울려 지내며 소통하고 태산(지금의 泰仁)을 다스리면서 백성들로 하여금 신명이 나게 하고, 군생(群生)이 생명력 있게 하였으며, 풍속을 아름답게 교화하였다.

그는 태인의 군수(당시의 태산태수)로 부임하여 중국 진(晉)나라 왕희지가 난정(蘭亭)에서 유상곡수(流觴曲水)하던 놀이를 모방하여 전라도 태인에 유상대(流觴臺)라는 누대(樓臺)를 세우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겼다. 유상곡수란 굽이굽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운다는 뜻이다. 옛날에 태인에서 관아의 남쪽 7리쯤 되는 곳에 울퉁불퉁한 바윗돌이 있고 그 바위 아래로 강물이 휘돌아 흐르는데, 최치원이 매번 여기에서 술잔을 띄우고 노래하며 일소(逸少: 王羲之의 이야기)를 흉내를 내어 고을의 부로(父老)들과 시인들을 초청하여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즐기면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이것이 고을의 백성들과 화합하고 소통하는 최치원 스타일의 놀이문화였다.

부여, 고구려, 예(濊)에서 행한 음주가무와 함께 이루어지는 제천의식들도 역시 대동의 놀이마당이요, 소통과 화합의 놀이마당이었다. 특히 이런 풍속이 자유스러워서 우두머리가 있어도 자유분방하며 남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무리로 모여 음주가무를 즐겼다. 무리를 지어 가무(群聚歌舞)를 하는데 손발이 서로 상응하여 절도가 있었다. 이러한 풍속에는 ‘기속강(其俗綱)’이라 하여 그 풍속이 문란하지 않고 기강이 있었다고 하였으니, 이른바 풍속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華而不侈) 곧, 검소하되 비루하지 아니하고 화려하더라도 사치스럽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또한 우두머리가 있어도 굽신거리지 않는 평등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전래의 제천의식은 최치원 선생의 선비 풍류와 맞닿아 있다. 풍류에는 백성들과 음악과 대화와 시와 술로 어울려 소통하여 풍속을 교화하여 생명력을 솟게 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 풍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현묘한 도로서 소통과 통합의 생명력(生命力)이요, 풍속을 교화(敎化)하는 장(場)이다. 풍류는 표면상으로 음주가무, 놀이, 흥겨움, 신명이라는 뜻이 있고, 이면상으로 질서, 예속(禮俗), 교화(敎化), 생명력, 사회통합의 뜻을 지니고 있다. 요즈음처럼 불통하고 분열하는 어지러운 사회 흐름을 하루빨리 일신(日新)하여 소통과 화합을 부르는 풍류 세상, 신명이 나고 살맛 나는 놀이 세상을 맞이하고 싶다.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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