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메아리]제가 사는 지역의 소중한 ‘소리문화’ 유산들을 끝없이 죽이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전주세계소리축제’

—2024년도 ‘전주세계소리축제’ 전개를 보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8일 15시57분

축제祝祭’란 어떤 공동체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일 · 사건 · 시간 등을 기념하고, 이를 토대로 그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의식과 공동체의 자발적 활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 공동체 구성원들이, 오랜 동안에 걸쳐 마음 속 깊이 인지하고 있는 탈일상적 시공간에서, 그 공동체 주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수행하는 일련의 흥겨운 집단적 공연과 그것에의 참여행위를 뜻한다.

이렇게 보자면, ‘지역축제’란 어떤 지역공동체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일 · 사건 · 시간 등을 기념하고, 이를 토대로 그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의식과 자발적 활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오랜 동안에 걸쳐 마음 속 깊이 인지하고 있는 탈일상적 시공간에서, 그 지역공동체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수행하는 일련의 집단공동체적인 공연과 그에 대한 참여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지역축제’의 몇 가지 필수적인 성격/속성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은 정체성 · 집단성 · 주체성 · 자발성 · 일탈성 · 공지성 등이 그것이다.

정체성正體性이란 그 축제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축제들과는 다른, 그 축제를 주관하는 집단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차별성을 말하고, 어떤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되려면, 이러한 정체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집단성集團性이란 어떤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개인 혹은 몇몇의 사적인 의도와 실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관하는 주체가 어떤 집단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 곧 공동체이어야만 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축제’는 어떤 자본주의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이벤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체성主體性이란 어떤 축제가 진정한 축제이기 위해서는 그 축제를 그 해당 축제 공동체 구성원들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서 축제를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발성自發性이란 축제를 수행하는 주체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 축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문제도 예컨대 우리의 명절 곧 설 명절을 상기하면 아주 간간하게 이해가 된다. 일탈성逸脫性이란 그 축제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그 축제를 일상생활의 굴레 혹은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이익추구 행위로부터 벗어나는 일종의 ‘놀이’로 여기고 참여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공지성公知性이란 어떤 축제가 진정한 ‘축제’이기 위해서는 그 축제를 주관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두루 그 축제가 거행되는 시간과 공간을 사전에 두루 깊이 공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볼 때 ‘전주소리축제‘는 과연 ’축제‘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란 것은 축제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만할 이러한 6가지 필수요건, 곧 ’정체성 · 집단성 · 주체성 · 자발성 · 일탈성 · 공지성 중에 그 어느 한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라북도 도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을 그 일부 주도 세력들 마음대로 나누어먹는, 몇몇 기획자들이 주도하는 ’세금 나누어 먹기식‘의, 한낱 자본주의적 ’이벤트‘ 놀음에 불과하다는 슬픈 결론에 우리는 도달하게 된다.

2001년부터 매년 30여억 원씩의 피땀 어린 도민의 세금으로 23년 동안 시행되어온 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금까지 도민의 혈세 690여억 원을 써왔다고 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전국에서 제일 가난한 도인 우리 전라북도 주민 혈세 690여억 원을 가지고 그동안 이런 어처구니없는 예산 혈세 허비에 몰두하지 않고, 우리 전라북도의 그 ‘찬란한 소리문화’ 유산들의 활성화 작업에 썼더라면, 지금쯤 우리 전라북도의 소리는 그야말로 전국 제일의 빛나는 소리문화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이러다 보니, 이 괴물 같은 행사는 그동안 전북의 탁월한 ‘소리문화’를 끊임없이 죽여온 무서운 자기문화 말살의 거대 공룡, ‘축제’가 아닌 자본주의 ‘이벤트’로 전락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전북 소리문화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전라북도 전역의 독특한 전통 ‘토착 민요’아 같은 소중한 전북의 소리문화 유산은 거의 한 번도 이 축제에 참여된 적이 없이 그 전승 현장에서 거의 다 고사되고 말았으며, 전주의 기악 소리문화의 대표적인 실체 중의 하나인 전주 삼현육각과 같은 소중한 소리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몇 십 년 전, ‘풍남제’ 등의 이름으로 해마다 거행되던 ‘전주단오제’ 축제가 있었던 때만 하더라도, 전주지역뿐만이 아니라, 전라북도 전역의 주민들이 그 날짜와 중심 장소를 다 기억하고, 그 때 그곳으로들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진정한 ‘축제’의 면모들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전라북도 각처의 일반 지역 주민들, 전주시민들 조차도 언제 어디에서 이 ‘전주세계소리축제’란 것이 개최되는가를 거의 아무도 깊이 공동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정말 축제인가. 이것은 축제를 빙자한 주민 혈세 나누어먹기식의 못된 자본주의 놀음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주민 혈세로 개최하면서 어째서 또 그 세금을 낸 주민들에게까지 이중으로 입장료를 받는단 말인가.

/김익두(사단밥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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