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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반일과 극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5일 16시17분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각종 대회에서 일본의 승리를 원치 않는다. 지난 프랑스 올림픽에서 일본은 축구, 배구, 농구 등 인기 종목 모두 출전했다. 대단한 저력이고 같은 체력 조건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기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국을 응원했다.

언제까지 반일의식을 가져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도 감정은 격하다. 유사 이래 잦은 왜구의 침략, 거기에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당한 울분이 순간 터져 나온다. 사실 역사적 배경을 제외하고라도 세계적으로 인접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를 빼고는 잘 지내는 경우가 없으니 어쩌면 이웃나라와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도 한국을 싫어하는 험한류가 있기는 하나, 우리의 반일처럼 광범위하고, 예민하지 않다. 가해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일이니 잊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할 것이다.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한 건 맞다. 그러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어야 한다. 과거를 무조건 덮는다고 우호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반일보다는 극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을 이겨 누르자는 것이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인구도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을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더구나 근대화도 앞섰고, 식민지배로 축적한 자본과 기술력을 계산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한때 일본 제품이 세계를 지배했다. 손톱깎기부터 텔레비전, 냉장고, 자동차까지 일제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지금 우리 주변에 일제를 선호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우리 제품들이 일제를 이겼다.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스마트은 우리의 독주이다. 그래도 소재, 부품 등 기술력을 앞세워 경제적 우위에 있다는 건 인정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만 6194달러로 일본의 3만 5793달러보다 높다. GNI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민의 해외소득을 더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은 뺀 값으로 국민 실제 소득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 중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세계 6위이다. 일본을 한 단계 앞선 것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사는 날이 오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물론 슈퍼 엔저와 일본의 일시적 경기 부진으로 인한 결과라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세계적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 등급도 우리가 일본보다 2단계나 높다. 이미 극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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