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1,000억 쓴 전북축제, 방문객 더 줄고 지갑도 안 열려"

-지역축제 수와 경비 역대급 증가
-거꾸로 방문객과 씀씀이는 급감

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08월 25일 16시13분

-혈세만 축내는 부실축제 막아야

도내 지역축제가 자칫 막대한 혈세만 축내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지역축제 띄우기에 공들이면서 그 경비가 사상 처음으로 연 1,000억 원을 돌파했지만 되레 방문객은 더 줄어들고 지갑도 열리지 않는 등 고비용 저효율화 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와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등을 토대로 전국 지역축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6년(2019~24년) 사이 전북은 모두 50개였던 지역축제가 87개로 약 74%(37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율은 동기간 전국 평균(32.4%)보다 무려 2.3배 높은 수준이다. 덩달아 연간 716억원 규모였던 도내 행사축제경비 또한 무려 39.7%(284억여원) 늘어나면서 총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지자체들은 향토문화유산 창달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급 효과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여왔다.

지역사회에 풍성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문화예술인들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적 측면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조사결과 도내 지역축제에 대한 지역주민 참가율, 즉 지난 1년간 한차례 이상 지역축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동기간 61.3%%에서 27.5%로 무려 34%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이 가운데 대표성을 가진 도내 8개 문화관광축제를 조사한 결과 외부 방문객 비율 또한 동기간 56.6%에서 50.7%로 6%포인트 가깝게 뚝 떨어졌다.

게다가 1인당 평균 8,800원대를 보였던 관광 소비액도 7,700원대로 12%(1,000원) 가량 감소하는 등 씀씀이마저 줄었다. 이런 문제는 타 지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동기간 전국 지역축제 가짓수는 평균 32% 늘었고 그 경비 또한 19% 가깝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그 참가율은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 모두 각각 9.6%포인트와 1.6%포인트 가량 더 낮아졌다.

한마디로 지역축제 가짓수와 그 경비만 대폭 늘었을뿐 관광객 모시기와 지갑 열기는 실패한 셈이다. 만성화된 지방재정난 속에 행사축제경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자연스레 특단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지역축제는 지역 예술인에게는 발표의 장이자 개성 있는 지역문화를 창달하고 주민들이 화합하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정작 지역 주민은 외면하고 외부 방문객에겐 소비를 유인할 만큼의 매력이나 효과가 낮은 지금의 상황에선, 더욱이 무분별한 난립과 차별성 부족 등으로 인한 지방재정 낭비 우려가 큰 현 시점에선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지역축제의 질적 개선과 재정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낳고 주민 참여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요 재정사업 중 사후평가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지역축제의 경우 실효적인 성과와 별개로 보조금만을 위해 운영되는 ‘좀비 축제’를 양산할 우려 또한 적지않은 실정”이라며 “타당성 있는 그 기준을 수립해 지역축제의 목적과 기능을 고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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