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 나는 누구의 친구였을까

김형중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8월 22일 14시04분

일상에서 대화로 지인들과 마음을 열어가는 소통은 무지개를 연상하는 아름다운 가교역할을 해준다. ‘나이’는 세월이 무상으로 만들어 주는 덤이라 해도, ‘나이’에도 분명히 값이 있다. ‘나잇값’은 중장년 이상이 돼야 칭찬이든 조롱이든 해당이 된다.

윗사람대접을 받고 싶다면 권위를 내려놓고, 손아랫사람에게도 먼저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성인들은 감정을 두껍고 깊게 감춰두고 살아가기에 속마음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외모는 점잖아 보이는데, 속마음은 교활하거나 교만한 사람이 있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거나, 본성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인데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이중성격의 소유자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살면서 상대의 본성을 파악해서 사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서 가끔은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피해를 겪는 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일생을 살아가는데 사람마다 다른 생각과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과 체험으로 기쁨과 슬픔과 아픔을 겪는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나날이다. 의식주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성도 꼭 필요하다. 친구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에 따라 내 친구들의 다양성과 모습도 달라진다.

‘옷은 새 옷이 좋으나 친구는 옛 친구가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의 친구였으며, 내 절친은 내 옆에 몇 명이나 있을까?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우정’과 ‘사랑’의 가치 정도가 우리의 인생에서 행·불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친구를 의미하는 ‘프랜드’의 원래 의미는 ‘사랑하는 존재’다. 인간은 원래 자신밖에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다. 좋은 시절엔 친구였지만, 어려움이 닥치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이 드러날까 봐, 모르는 척하거나, 등을 돌리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사랑의 속성은 ‘소유와 집착’이며, 우정은 ‘공유와 이해’로 이뤄진다고 했다. 사랑은 눈에서부터 시작해서 눈물을 흘리게 하지만 우정은 마음과 귀로 시작되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나무꾼 종자기와의 우정을 새긴 ‘지음(知音)’의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은 서로가 속마음을 알아주면서 시작되었다. 우정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는 유독 많으나, 농도가 더 짙은 간담상조(肝膽相照)는 간과 쓸개를 꺼내 내보일 수 있는 막역한 벗이라는 뜻을 지녔다. 여기엔 어떤 비밀도, 험담도, 눈치도 없는 벌거벗은 인간 대 인간이다. “진정한 우정은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 사상가 몽테뉴의 우정론이다.

우리는 대게 일상의 바쁨 속에서 자기 관리와 인간관계를 소홀히 해왔다. 옆에 있는 사람을 소홀히 대하다가 중년을 넘어서는 어느 날 난관에 부딪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립과 외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삶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나누는 것이 훗날 후회를 줄이는 지름길이리라.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다. 괴로울 때나 힘들 때, 마음을 열고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그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친구와 우정’ 얼마나 든든하고 아름다운 단어인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친구로 살아왔을까?

김형중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문학박사.

문단활동-행촌수필. 전북수필. 영호남수필. 교원문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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