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낙극비생(樂極悲生)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픈 일이 생긴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8일 13시37분

권력이나 부유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돌고 돈다. 권불십년이고, 부자 3대 못 간다는 얘기가 증명한다. 그런데 국민의 절반 정도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은 정당이 몇십 년을 집권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 오만함과 방자함이 지지를 갉아 먹고 결국 정권을 내주게 된다.

오만한 곳은 또 있다. 개발시대에 정경유착으로 부를 긁어모은 재벌들은 모든 수단을 다 써서 대물림한다. 즉 온갖 불법과 편법을 써가며 자식들에게 상속해 준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3세 4세 경영인들은 고생하지 않고 대물림으로 받은 재산이라 아까워하지 않고 흥청망청 쓴다. 또 방만한 회사 운영으로 공중 분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좋은 자리에서 떵떵거리거나 가진 것이 많아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은 그것이 오래 갈 줄 안다. 그들은 ‘십 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인 줄 안다. 즉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데도 말이다. 즐거움 끝에는 반드시 슬픈 일이 따른다. 오만과 불법은 결국 바람 앞에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낙극비생(樂極悲生)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樂極) 인생이 슬퍼지게 된다(悲生)’는 뜻이다. 사마천의 골계열전(滑稽列傳)에는 술을 마셨다 하면 몇 날 며칠을 마셔대는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의 고약한 술버릇 얘기가 나온다. 당시 정승이었던 순우곤이 충고하는 구절도 나온다.

낙극비생은 첫 머리를 장식하는 순우곤의 고사에서 나왔다. 그는 반어와 풍자에 능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단 한 번도 굴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초나라가 대규모로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침략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순우곤이 조나라에 군사 구원요청을 하기로 위왕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 이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초나라에까지 전해지자, 초나라는 제나라 침공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자 놀고 마시기를 일삼던 위왕이 잔치를 베풀며 순우곤의 노고를 치하했다. 왕이 순우곤에게 얼마나 술을 마시면 취하는지 물었다. 말하자면 주량을 물어본 것이다. 순우곤은 풍부한 언변을 이용하여 매일 주색에 빠져 사는 위왕을 좋은 군주로 만들고 싶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순우곤이 “분위기에 따라 한 말을 마셔도 취할 때가 있고, 한 섬을 마셔야 취할 때가 있습니다”라며, “예부터 술이 극에 달하면 난리가 나고, 쾌락이 극에 달하면 슬퍼진다고 했으니, 모든 일이 이와 같습니다(故曰酒極則亂樂極則悲萬事盡然).”라고 답했다. 이 간언에 위왕은 밤새워서 벌이던 술잔치를 그만두고 순우곤을 더욱 중용했다.

술은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마치 10년 된 듯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신비한 묘약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비즈니스를 성사 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술의 부정적인 측면은 사소한 의견 충돌이 나중에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요즘에도 술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술은 상대방과 대화하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술이 적당할 때 이야기다. 과도한 음주는 엉뚱하면서도 심각한 실수를 낳는다.

그렇다면 성인군자들은 어땠을까?. 4대 성인으로 꼽히는 공자도 술을 마셨다고 한다. 에 공자의 주량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품격을 어지럽힐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한다. 즉 술자리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고 함께 어울리되 절제의 미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고 한다.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 지은 에 ‘꽃은 반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다,’고 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만취하게 되면 추악한 경지에 이르니 가득 찬 자리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은 음주 습관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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