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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마라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1일 14시53분

올림픽의 대미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아테네에서 40Km정도 떨어져 있는 지명이다.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 1만 명과 페르시아군 10만 명이 마라톤 평원에서 전투를 벌였다. 불리한 상황에서 아테네가 승리를 거두자,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전령인 페이디피데스는 아테네로 달렸다. 그는 궁금해하는 시민들에게 “기뻐하라, 우리가 정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의 마라톤 거리는 40Km였다. 지금의 거리로 바뀐 것은 1908년 런던대회부터이다. 당시 영국 왕실은 마라톤의 출발과 결승을 편안히 보기 위해 윈저성의 동쪽 베란다에서 출발해 화이트시티 운동장으로 들어오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거리가 42.195Km이다.

그리스 올림픽제전에 마라톤이 필수였던데 반해 당시 패전국이었던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은 지금까지도 마라톤을 금지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1974년 자국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 종목까지 없앤 점이다.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맨발로 뛰어 우승한 사람이 있다. 에티오피아의 군인 비킬라 아베베다. 목동이었던 그는 가족 생계를 위해 황제 근위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집에서 근무지까지 40Km를 매일 달려서 출퇴근한다. 6.25에 에티오피아군으로 우리나라에 참전하기도 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 자국 선수가 부상을 입자, 대체 선수로 마라톤에 출전했다. 하나뿐인 운동화가 낡아 신을 수 없어 맨발로 달려 2시간 15분 16초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때 붙여진 별명이 ‘맨발의 왕자’이다. 에티오피아 황제는 그의 우승을 기념해 3계급 특진을 시켰다.

1964년 도쿄올림픽 1개월 전에 맹장 수술을 했다.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으나, 2시간 12분 11초로 다시 세계 신기록으로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초 2연패를 이뤘다. 우승을 포기한 에티오피아는 국가(國歌)도 국기도 준비하지 않아 시상식이 초라했다. 그 우승으로 다시 2계급 특진해 중위(中尉)로 승진한다.

호사다마라고 1969년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70년 노르웨이 장애인 올림픽에 양궁 금메달로 세계를 다시 놀라게 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아베베의 후예인 타미라트 톨라가 2시간 6분 26초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에티오피아의 24년만 올림픽 마라톤 우승이다.

반면 우리 마라톤은 40년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마라톤에서 손기정(1936년), 황영조(1992년), 이봉주(1996년) 선수가 따낸 올림픽 금메달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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