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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사또와 훈장’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8일 14시31분

사또가 한 고을에 부임했다.

그러나 그 고을에 곧은 성품을 가진 훈장이 살고 있었다.

모든 백성들이 ‘보릿고개’속에서도 뇌물을 상납했지만 훈장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괘씸하게 생각한 사또가 훈장의 집을 찾았다.

사또를 맞은 훈장이 차를 내놓았다.

그러나 사또의 잔에 훈장은 차가 넘치도록 붓는게 아닌가?

잔이 넘쳐 관복이 흠뻑 젖은 사또는 버럭 화를 냈다.

“이놈 지금 뭣하는 짓이냐”

그러자 훈장은 태연히 답했다.

“차면 넘칩니다”

화를 참지 못한 사또가 급하게 방을 나서다 ‘문지방’에 그만 이마를 크게 부딪쳤다.

그러자 이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숙이면 됩니다”

‘비움과 겸손’을 가르치는 예화다.

우리 모두가 꼭 가슴에 새겨야 할 예화인 것 같다.

공감과 소통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세상의 불협화음은 소통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태원으로 부터 채상병 문제까지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와 ‘혼돈의 시간’도 결국 정부와 국민간의 소통의 부재가 큰 ‘걸림돌’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꽃가루를 날라 새 생명을 잉태시키는 나비의 날개 짓은 참으로 신비하다.

배려와 존중, 그리고 이타심이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사랑이 세상에 흘러 넘쳤으면 좋겠다.

위로만 향하는 약탈적 자본의 논리가 아닌 소외되고 외로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공동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건강한 사회가 절실하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사회적 약자들과 산업체 근로자들과 외국인근로자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들려온다.

내가 먼저 ‘소통의 통로’가 되고 ‘마중물’이 되는 헌신의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희망이 있다.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희망의 바이러스를 전하는 것은 ‘섬김과 나눔 그리고 비움’이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이타심이 충만한 생명의 공간이라야 ‘살맛나는 세상’이 가능하다.

사람이 희망이 되지 않으면 암흑의 세상이요 죽음의 냄새만이 진동하는 세상이다.

꽃잎의 작은 떨림에서 우주와 생명을 생각하는 안목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그나마 세상이 유지되고 있다.

좋은 세상은 배려와 섬김이 있는 세상이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니 짧은 삶을 불꽃처럼 살다간 윤동주시인의 ‘참회록’이 떠오른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정종인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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