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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읽기

[책 마주보기]프리드리히 니체의 잠언집 '니체의 생각'(기혜영)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0일 08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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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말하지 않고는 현대를 논할 수 없다는 푸코의 말처럼 니체는 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형이상학과 기독교 사상이 지배하던 19세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며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로 인해 유럽 철학은 새로운 근간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더하여 그가 제시한 미래적 인간인 위버멘쉬, 즉 초인 사상은 불안과 허무라는 현대인의 병증을 치유할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 출판계에 번역서, 해설서, 잠언집 등 니체 열풍이 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니체는 19세기를 살았으나 백 년 후를 예견한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도 현재형으로 인용되곤 한다. 니체의 주요 저작에서 발췌한 잠언집인 이 책 역시 니체를 읽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니체의 변주인 셈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에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고 마음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경직된 삶을 풀어 줄 디오니소스에 열광하고,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진 누군가는 초인이 되라고 일갈하는 니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누군가는 니체에게서 불안과 허무, 권태와 같은 현대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해부할 메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니체는 읽는 이에 따라서 새로운 니체가 되는 것이다.

이 한 권의 잠언집은 작은 책이지만, 니체의 정수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대한 니체 사상을 한 권에 담아낸다는 것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지만, 니체의 언어는 문학적 철학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잠언집으로도 가능한 것일 터이다. 어쨌거나 기존의 가치와 권위를 철저히 부정했던 니체는 현세의 삶에 뿌리를 둔 삶의 긍정적인 면을 추구했다. ‘짜라투스트라’라는 페르시아 현자의 문학적 부활을 통해 자유로운 정신과 육체가 통일된 건강한 미래의 인간상을 제시한 니체는 인간은 힘에의 의지를 체현하는 초인이라는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기 극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니체의 저작들에서 발췌한 한 문장 혹은 한 단락에서 우리는 영원회귀 사상, 초인, 힘에의 의지 등 니체의 핵심 사상뿐만 아니라 니체 철학의 사유 근원지까지도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쇼펜하우어에 심취해서 철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며, 바그너의 낭만주의 음악에서 치유의 힘을 발견했지만 바그너에게서 기독교적 구원의 징후를 발견하자 미련 없이 결별을 선언했던 니체 사유의 여정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니체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겼던 낭만주의와도 결별하고 기존의 모든 가치와 권위를 비판했으며 특히 기독교에 대해 노골적 저항을 드러냈던 니체는 당대의 체계로부터 비난과 배척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고독과 질병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러한 니체의 개인사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철학서의 무거움을 일정 정도 소거해준다는 것이다. 때로는 소설처럼 읽어 내려갈 수도 있고 때로는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상징과 비유로 번뜩이는 문체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자신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는 니체의 목소리가 내적 변화의 울림통으로 작동한다.



기혜영 작가는 김제 청하 출생

'전라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상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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