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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국적 불명의 외계어가 범람하고 있다

김형중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2월 15일 14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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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띄어쓰기와 문법의 활용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더해 외래어의 선을 넘어 국적이 분명하지 않은 ‘외계어(外界語)’까지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어 + 이탈리아어 + 라틴어 등 좋은 뜻을 지닌 어휘들을 한 단어로 묶어 아파트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루센티아, 블레스티지, 루체하임, 그라시움, 렉슬, 리버젠, 등은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아파트 이름이다. ‘레미안 DMC 루센티아'의 뜻은 ’레미안‘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렌드(상표)이고 ’DMC‘는 디지털 미디어 시티(Digital Media City)의 약자이다. '루센티아'는 ’은은하게 빛난다는 뜻의 ‘루센트(Lucent)’와 중심을 뜻하는 ‘센터’와 휘장을 의미하는 ‘인시그니아’를 결합한 신조어다. '블레시티지'는 ‘축복’의 뜻 블레스와 ‘위신’의 프레시티지를 합해 놓았으며, '루체하임'은 이탈리아어 빛의 뜻 ‘루체’에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을, '그라시움'은 우아하다는 영어 ‘그레시어스’에 공간이라는 라틴어 접미사 ‘움’이 결합되었다. '렉슬'은 왕을 의미한 ‘렉스’에 성(城)의 뜻 ‘캐슬’을 붙였고, '리버젠'은 강(江)의 뜻 ‘리버’와 최고를 나타내는 ‘제니스’가 만난 것이다. 끝으로 全州 에코시티 데시앙(DESIAN)은 불어로 ‘설계‘ '디자인'을 의미하는 불어의 데생(dessin-소묘素描)에 접미어 AN을 결합한 안락하고 미학적인 주거공간의 디자이너란 뜻이라고 한다'(※ 이상은 서울시내 2,420여 개의 아파트 단지, 뜻도 모를 명칭분석으로 한국일보 2020년 2월 27일자 15면에 기사를 발췌했다.)

이외에도 뜻을 알기 어려운 아파트 단지 이름들이 수없이 산재하고 있는데, 이런 국적이 분명하지 않은 기상천외한 명칭은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송파구 잠실 일대 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되었는데, 1개 단지가 5,000여 세대가 넘는 대단지였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낸 특이한 명칭들이 기성세대들이 인지하기엔 너무 어렵다. (※ 컨소시엄-대규모 개발 사업의 추진이나 대량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은행이나 기업이 공동으로 참가하여 형성하는 차관단.)

한편 수십 종류의 자동차 중 우리말로 된 자동차 이름은 아무리 찾아봐도 하나도 없다. 수천만의 차주(車主)들 또한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차를 운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대를 강타하는 줄임말은 사회변화의 흐름을 나타내는 유행어이다. 21세기를 함께 가는 기성세대들은 19세기 사람이 된 기분이다. 표현력이 세계 어느 언어보다 풍부한 한글의 우수성을 뒤로한 체, 왜 이리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가는 것일까. 문자언어 중 세계 유일하게 ‘만들어진 연대와 만든 사람들’ 그리고 가장 많은 어휘력을 자랑하는 한글의 소중함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한글날이 피로를 풀거나, 외국 여행을 하는 단순한 하루의 공휴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외로 뻗어가는 한국어의 위상이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가 되는 추세다. 훈민정음이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외국인들에 의해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응시자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가 하면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과 ‘한국어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들이 늘어가면서 국력이 날로 확장하는데 우리나라 젊은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한글날이 언제인가도 모른다고 하는 서글픈 현상이다.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현재 6,000여 개로 유네스코의 조사로는 이중 약 2,500개의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2009년 인도네시아 부탄 섬 남부에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은 언어는 있으나. 문자가 없어 한글을 자신들의 공식 표기 문자로 채택했다.



김형중 수필가는 문학박사로 '수필시대'로 등단했으며, 4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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