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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수처작추(隨處作主)

“어느 곳에 있든지 주인이 되어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14일 12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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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가 작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멀었다. 지난 3여 여간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



많은 사람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절망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는 코로나19는 물론 불공정에 대한 불만과 책임 전가가 늘어가면서 내 삶의 주인으로써 자신감을 상실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리와 물가가 올라 서민들은 없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업체들도 PF대출로 하나둘 워크아웃 되는 등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연말연시 사회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훈훈한 소식이 간간이 들려와 위안이 되고 있다.



갑진년 새해가 시작된지 2주가 지났다. 새해 나름대로 희망을 안고 시작하지만 국민들의 삶은 그리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해도 이를 극복하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교수신문은 작년 12월 10일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교수 30.1%(395명)가 2023년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고 발표했다. 견리망의는 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욕을 보면 부끄러움을 생각하라”고 가르친 내용에서 유래했다. 즉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가리킨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됐다.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끌어야 하는데, 바르게 이끌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물론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이익 앞에 떳떳하지 못하지 않은가. 분양사기나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교권 침해 같은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도 견리망의에 있다.



이는 진영논리에 젖어있는 무책임한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지만 단순히 정치권에만 한정된 말이 아니다. 견리망의는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가리키는 자가당착에 빠진 개인이나 집단적 이기주의의 잘못된 풍조를 질책하는 말이다. 즉 부당한 일을 저지르거나, 타인을 해치는 등의 행위를 할 때 견리망의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갑진년 올해는 나 자신을 새롭게 만들고 키우는 화두로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선택하라고 권유해 본다. 그 이유는 내 삶에서 내가 주인이 되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 9년의 세월을 학문과 예술을 승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다산 정약용은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500 여권의 책을 저술하며 값지게 보냈다. 이야말로 ‘수처작주입처개진’의 명징한 사례이다. 이들의 삶이 마음속 깊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수처작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처작주’라는 사자성어는 중국 당나라 고승 임제선사가 일찍이 설파했다.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은 임제선사의 설법을 정리한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어느 장소에서나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이 참된 곳이다’라는 뜻이다.



누구나 자기 삶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 한다. 남이 대신해서 내 인생을 살아줄 수 없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내가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떳떳이 얘기할 수 있다. 내 운명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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