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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미 속에 배인 역사적 상흔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1월 21일 15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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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지은이 이효복, 출판 문학들)'는 작가의 첫 시집으로 ‘아나키아’라는 말이 등장한다. 시집 맨 앞 ‘시인의 말’을 보자. “내가 가두려고 했던 것들/나를 스쳐 간 무수한 점멸/내가 본 첫 어둠/아나키아”. 그리고 본문 중 「아, 나의 슬픈 콰지모도」라는 시에는 “파멸의 시간에 맞춰져 있는/눈부신 아나키아의 시계”가, 시집의 마지막 편인 「나의 꿈」에는 “시적 영감/아나키아 숙명”이 등장한다. 이 말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천천히 시집을 음미하다 보면, 이 시인이 꿈꾸는 세계의 윤곽이 희미하게나마 드러나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에 독자의 마음에 남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이 ‘아나키아’라는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그의 운명의 대리자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신부 프롤로와 근위대장 페뷔스, 이들의 사랑과 욕망, 운명의 대서사가 펼쳐지는 『노트르담 드 파리』와 이효복 시집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맺고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운명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번민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시집을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아나키아’를 설정하는 데 무리는 전혀 없어 보인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40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에는 세 개의 축이 어렴풋이 잡힌다. 1950년 한국전쟁과 1980년 5월 항쟁의 상흔, 여기에 선생으로서 겪은 아이들과의 사연이 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과의 체험을 제외하고 앞의 두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시의 표면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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