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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교동미술관에 가보니] 양혜경, 김제 봉월리에서 삼백예순다섯날 항상 곁에 있는 자연 풍경을 담다

봉월리에 찾아와주는 꾀꼬리와 파랑새가 고맙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6월 23일 13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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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경 작가의 여섯번째 개인전 ‘봉월리 이야기’가 교동미술관 2관에서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김제시 황산면 봉월리에서 삼백예순다섯날 항상 곁에 있는 자연과, 그 속에 있는 작가 자신을 바라보는 흐름 등을 담았다.

오늘, 아련한 언덕 너머의 추억, 짙게 드러워진 겨울 밤, 황금빛 태양을 잔뜩 머금은 가을 들녘 등 오롯이 솟구치는 세월의 파편들을 생각하면 잠시나마 치열하게 살고 있는 순간으로부터 잠시잠깐 해방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

봉월리(鳳月里)는 김제시 황산면에 속하는 법정리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연봉의 ‘봉’자와 두월의 ‘월’자를 따서 봉월리(鳳月里)라 했다. 북쪽으로 두월천(斗月川)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은 하늘로부터 내려밭은 흙도 유명하다.

봉월리 기와요지는 가마터에서 출토되는 암키와와 수키와 등의 기와와 토기편 등 유물 현황으로 미루어,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되어 인근 지역에 기와를 공급해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가는 바로 이같은 사연을 보듬은 채 작업하는 시골집의 마당, 꽃밭, 연못, 마을길, 나무, 새, 하늘이 주제가 되어 아홉 가지의 이야기를 나눈다.

작가가 해바라기 등 꽃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들꽃에 손길을 내미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봤을 때 당연한 귀로일 터이다.

잠자리, 이름 모를 산새들의 모습, 그리고 장독대 등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거나 정교하게 자연을 모사(模寫)

하지도 않는다. 한 귀퉁이에선 자신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들꽃의 강인함과 그에 대한 애처로움, 사랑스러움이 작품마다 묻어난다.

작가는 대학원에서 금속 에칭(Etching)을 통한 금속조형 표현기법에 관한 연구를 했다.

때문에 전시엔 동판에 에칭 기법으로 회화성을 강조하고, 판화로 찍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속과 종이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청자토에 그리고 구워 스토리를 이어가기도 했다.

작가는 잊지 않고 봉월리에 찾아와주는 꾀꼬리와 파랑새가 고맙고, 해마다 새끼를 낳으러 오는 딱새가 고맙고, 쓰임새 많은 매실과 향기로운 꽃을 내어주는 매화나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눈보라 속에서도 청매화 작은 꽃봉오리에 푸른 기운이 다부지게 솟듯이, 작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까지 단단한 땅 속에서 꿈틀거리며 아주 흥건한 그림 잔칫상을 선물한다.

맑고 향기로운 차를 닮은 화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온기를 느끼며, 앞으로 함께 나아갈 힘을 작품을 통해 얻으면서 참 알록달록한 계절을 온몸으로 맞이하련다.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는 늘 꿈을 꾼다. 자면서도 일상에서도 때론 현실과 타협하기 싫은 꿈도 꾼다. 그나저나 꿈은 꿈이지. 저 앞 소나무 숲. 아침저녁으로 몸을 비벼대는 댓소리새들의 아파트는 늘 조잘조잘. 뭉글 뭉글 구름, 파란빛을 맘껏 들여놓는 하늘. 오감을 유혹하는 바람. 그리고 이 모두를 멍하니 바라보는 나. 꿈 속 같은 현실이다. 복잡한 일상으로 벅찬 내 몸속 Healing에 필요한 재료임에 틀림없다. 이는 무언가를 형성하기도, 무의미하게 흩어지기도, 늘 내 주위에 맴돌고 있다. 나는 부여잡지도 놓지도 소유하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가슴에 늘 창을 열고 있다. 그리고 무언의 그 무의식의 형체는 늘 그 가슴을 사랑한다(작가노트)"고 했다.

시나브로, 개울을 내차고 마을로 올라선 파르란 봄 물결이 언덕을 지나 어느 새 산으로 내달린다.

이에질세라, 마을이 산에 바짝 다가와 앉은 만큼 개울은 아물거린다. 수풀이 우거진 창 밖 풍경은 푸른색도, 녹색도 햇빛을 머금어 금새 터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오늘도 웅장하게 펼쳐진 녹음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산천의 작은 마을들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이미 과거가 되버린 추억의 거울을 닦게 만드는 사이, 빛바랜 또는 빛나는 월봉리의 풍경들이 전시장에 하나둘씩 혹은 아름답게, 혹은 정겹게 피어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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