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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모두가 꺼내 볼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완영책판」을 꿈꾸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2년 01월 27일 12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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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전북대학교박물관·문학박사)





옛 말에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가 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공정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한 속담이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아이가 떡 하나 더 달라며 떼를 쓰고 울면, 한 개쯤 더 얻어 먹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 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면, 어찌 되었건 한 번쯤 더 울어볼 만한 일이다.

새해가 밝았다. 2021년은 이미 지나갔지만, 아직은 신축년(辛丑年) 끄트머리에 있다. 그래서 새해에, 또 곧 포효할 임인년(壬寅年) 목전에 필자도 한 번 목 놓아 울어 보려고 한다. 누군가 듣게 되면, 불쌍해서든 시끄러워서든 혹시 바라는 바를 들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주는 자고로 조선왕실의 본향이다. 이러한 대명제 아래 양반의 도시, 아전(衙前)의 도시, 출판의 도시 등 적지 않은 별칭이 있다. 이중에 출판의 도시는 오늘의 주제와 통한다. 한강 이남에 있는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출판한 곳이 있다면, 단연 전주가 으뜸이다. 조선시대 때 전라감영에서는 60여 회에 걸쳐 서적을 간행하였다. 세종 때 11회, 영조 때 13회에 달한다. 물론 경상감영에서 출판한 양이 전라감영보다 훨씬 많았지만, 경상감영은 경주상주대구 등 여러 도시로 옮겨 다녔기 때문에 단일 도시로는 전주가 가장 많은 것이다.

현재 전라감영에서 책을 찍을 때 사용했던 책판 5,058판이 남아 있다. 전주향교에서 보관할 때만 하더라도 4,290판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5년 완영책판 정리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10종 5,059판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수량으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04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2016년에 새롭게 집계한 결과, 11종 5,058판으로 확인된 것이다. 절반으로 쪼개진 자치통감강목 2판이 1판으로, 1종으로 집계된 증수무원록이 한문본과 언해본 2종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책판의 수량은 자치통감강목(1,774), 주자대전(1,471), 성리대전(576), 율곡전서(491), 사기(484), 동의보감(151), 사략(57), 증수무원록(53) 순이다. 나머지 호남삼강록(1)과 주서백선(1)이 있다.

완영책판으로 발간된 책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전문 교양서들이다. 확인된 책판의 간기는 7종으로, 18세기~20세기 초에 해당한다. 율곡전서가 1744년으로 가장 이르고, 호남삼강록이 1903년으로 가장 늦다. 동의보감은 1814년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간기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이미 간행된 여러 종류의 인쇄본을 일일이 대조해야 가능하다. 막대한 인력과 집중도가 필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예산과 작업기간이 변수로 작용한다.

전북대학교박물관은 작년 가을에 「동의보감 완영책판 디지털 보존 연구」 사업을 통해 동의보감 등 50점의 책판을 3D 스캔하여 책판의 물리적 원값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책판들이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되고는 있으나 물리적화학적 변화 때문에 항구적으로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디지털 보존 노력이 유효한지 아니면 다른 물리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공론화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앞으로 3D 스캔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고해상도의 물리적 원값을 확보해둘 수 있다면, 그 활용은 무궁무진해질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예산과 작업기간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3D 스캔 자료를 확보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매우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 전주가 자랑할 수 있는 완영책판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다. 3D스캔으로 집적된 완영책판의 디지털 자료를 누구나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서지학적 비교, 데이터 응용, 원문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연구활동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목판이 가지는 물리적 원값을 바탕으로 인쇄본과의 대조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서지학적 연구 확장을 모색할 수 있는 사업이 특화될 수 있다. 현재 동의보감의 데이터가 집적되고 있으므로 완영판 동의보감의 발행 시기, 서지학적 가치, 나아가 문화재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완영책판의 고유한 활자를 적극 활용해서 출판인쇄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책판에 존재하는 무수한 글자체를 원값 그대로 복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고서적의 재발간 및 재활용을 비롯하여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특히 전주의 한지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며칠만 지나면 호랑이해의 태양이 떠오른다. 본 글이 신문지상의 검은 활자 흔적에 지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호랑이의 포효처럼 전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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