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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의 거장들이 쓴 36편의 명작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1월 24일 16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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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지은이 이종민, 출판 모악)'는 오랫동안 전북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쳐 온 이종민 교수가 일반인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시를 새롭게 번역하고 상세한 해설을 곁들인 책이다. 셰익스피어, 예이츠, 블레이크, 워즈워스, 키츠, 휴즈 등 영시의 거장들이 쓴 36편의 명작을 ‘사랑 노래와 소네트’ ‘낭만시, 비가, 송가’ ‘풍자와 사회비판’으로 나누어 수록했다. 흔히 영시를 ‘영문학의 꽃’이라 한다. 그런데 영시에 관한 기존 책들은 대부분 대학교 강의 부교재 성격의 개론서이다. 시와 시인의 전기적 배경이 주 내용이어서 작품 고유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지 못한다. 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미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은 시를 단순히 소개하고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함축된 내밀한 의미까지 음미할 수 있게 했다.

저자는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립대에서 40여 년 동안 영문학을 가르쳐왔다. 평생 동안 오롯이 영문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영시의 거장들이 쓴 명작을 엄선하고 그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한편, 영문학사의 위상과 시대적 배경까지 함께 제공함으로써 대학 강의실에서 배우는 귀한 정보를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시집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아름다움을 찬미하라」에는 소네트의 대표 작품과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소네트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 16세기 영국에 소개된다. 영어의 급격한 발음 변화로 영시의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당시 영국 시인들은 소네트에서 대안을 찾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아름다운 여인에게 은총을 구하는 형식의 소네트는 시인과 후견인, 나아가 신하와 왕의 관계와 흡사한 모습을 띤다. 3중으로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2부 일상의 기쁨과 슬픔」에는 낭만시와 비가, 송가가 수록되어 있다. 낭만주의의 특징은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의미는 객관 대상에 있지 않고 주관에 의해 형성되거나 창조된다고 여기는 낭만시인들에게 상상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에게 종달새나 무지개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다른 무엇의 상징이다. 그들은 표피 뒤에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보면서 ‘일상의 기적’을 노래한다. 한편, 시에서 진부함은 죽음이다. 시의 전통은 진부함을 깨려는 수많은 창조적 노력으로 이어진다. 서사시 못지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비가’와 ‘송가’는 진지한 철학적 사색을 기반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3부 세상에 대한 탐구」에는 풍자와 사회비판을 주 내용으로 한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시대와의 불화가 잦다. 구약의 선지자들처럼 현상을 넘어선 진실을 보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도와 법, 혹은 관행으로 자행되는 모든 관습에 저항한다. 절망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보존하며 의례적 불의에 대해 분노의 질타를 마다하지 않는다. 빛을 거부하는 세상에 빛을 가져다주기 위해 절망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비극적 존재가 바로 시인이다. 시인들의 분노와 질책, 그 근거가 되는 궁극적 비전을 그려낸 시들을 소개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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